[다국적 기업 도 넘은 행태]②유한책임회사 뒤에 숨은 외국계기업...‘매출 깜깜이’

입력 2020-11-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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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국내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인수 발표 한 달 전, 한국 법인의 형태를 바꿨다.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인수 이후 한국 음식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95% 이상이다. 독점이라는 시장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회사는 올해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매출에 시장 이목이 쏠리자 회사는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유한회사에서 공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바꾸면서 뒤로 숨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상법의 허점을 비집고 정보 공개의 사각지대인 유한책임회사로 몰려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들이 기업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한국 법인을 운영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유한회사는 2020년 실적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법을 고치자, 이번엔 외부 감사 면제 대상인 유한책임회사로 피해간 것이다.

외국계의 유한회사 도피 20년 만인 2018년, 정부는 외부감사법을 개정, ’2020년 1월부터 규모가 큰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개정안에는 숨은 구멍이 있었다. 일반인은 차이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유한회사나 유한책임회사지만, 유한책임회사는 여전히 외감 면제 대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등기소의 법인 등기 집계에 따르면 유한책임회사의 신규 등록 수는 올해 10월까지 424곳으로, 작년 한 해 연간 수치(371곳)을 넘어섰다. 2017년 318곳이던 유한책임회사 신규 등록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올해 급증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 형태로 공시 및 외부감사 의무가 없어 경영성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납세의무를 회피한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네이버의 전세계 매출을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2019년 네이버가 낸 법인세는 4500억 원 수준이다.

꼼수가 동원된 ‘먹튀’ 수준의 비상식적 행태가 외국계 자본에 의해 벌어지고 있지만, 기업윤리와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김수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히 최근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 사용 및 수수료 30% 강제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구글코리아의 매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이에 대한 과세당국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역시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자회사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 형태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공시 등의 의무가 없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유료 사용자와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한국 내 매출을 4000억~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한회사로 운영되는 외국계 기업 특성상 투명성 논란도 계속된다. 구글, 애플, MS, HP 등 많은 글로벌 IT기업, 피자헛, 이케아 등 상당수 유명 다국적기업은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하의 유한회사는 법적으로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 같은 기본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보고서나 배당 여부 공개, 외부 회계감사 역시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의 1차적 원인은 미흡한 국내 법제도상의 허점에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미국,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은 소규모(자산, 종업원 수 등) 법인을 제외한 모든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 하지만 5조 원 이상 수익을 거두고선 소득을 내지 않는 외국계 기업들이 있다"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바로 잡지 않으면 한국 시장은 '그래도 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며 "관리 당국의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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