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부터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확산 유도에 나서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간제근로자(계약직)은 4년 새 약 100만 명이나 늘었다.
비정규직 감소를 위해 마련된 정부의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임금근로자) 수는 2016년 8월 648만1000명에서 올해 8월 742만6000명으로 94만5000명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정규직+비정규직)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8%에서 36.3%로 3.5%포인트(P)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 시간제근로자(아르바이트), 파견·용역근로자, 특수고용직 종자사(특고) 등을 말한다.
이중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기간제의 경우 293만 명에서 393만3000명으로 100만3000명이나 늘었다. 이 같은 비정규직 급증은 2016년을 기점으로 정부가 민간기업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책을 펼쳐온 것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고용노동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4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제정·시행했다. 가이드라인은 기업에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무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상대로 가이드라인 준수 지도, 이행상황 모니터링 활동 등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지침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부는 이달 19일 가이드라인을 종전보다 개선된 내용으로 개정했다. 기업이 상시·지속업무에 최초부터 기간제 근로자가 아닌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상시·지속업무 기준도 기존 '연중 지속하는 업무로 2년 이상 지속하고, 향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무'에서 '향후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무'로 완화했다.
그러나 개정 가이드라인은 권고지침이란 한계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게다가 기업에 정규직 전환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가이드라인 이행 거부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노동계는 비정규직 규모 감축 효과가 없는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을 금지하는 '사용사유제한'을 법제화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용사유제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임기 중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사용사유제한 추진을 약속했지만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가 실효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최근에 다시 개정한 것은 국정과제인 사용사유제한의 법제화를 포기하는 명분 쌓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상시지속업의 정규직 고용을 위한 법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