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임종엽 도산 전문 변호사 “기업 회생은 암 수술...초기환자가 성공 가능성 크죠”

입력 2020-1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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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사건, 내년에 더 증가할 것”

▲이달 1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여명 사무실에서 임종엽 변호사가 이투데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이달 1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여명 사무실에서 임종엽 변호사가 이투데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올해 법인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 2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 법원 파산부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총 879건으로 전년 769건에서 100건 넘게 증가했다. 파산 신청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염두에 둘 점은 무엇일까? 법무법인 여명의 임종엽(47) 변호사는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 적시에 회생신청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종엽 변호사는 회계사 출신 도산 전문 변호사다. 1998년 제33회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PwC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서울회생법원 법인파산관재인으로서 관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회계사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두고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에 관해 그는 “회계사의 업무 분야 중 세무 자문, M&A 등 분야의 경우 회계사와 변호사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할 때가 많은데 회계 지식뿐 아니라 법 지식도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회계사 경력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도산 업무를 전문 분야로 다뤘다. 2008년 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도 그의 사건 수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국내 파산, 회생 건수가 급증했다. 회계사로 일하면서 회계, 조세, 기업가치평가 등 업무가 몸에 익었던 그는 도산 업무에 집중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 법인파산관재인으로서 약 100건 이상의 법인파산 사건의 관재 업무를 맡는 등 현재까지 약 250건 이상의 도산 사건을 처리했다. 법원이 선임하는 파산관재인은 기업의 재산을 현금화한 뒤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업무를 한다.

그는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를 누구보다 여실히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임 변호사는 자신의 주관적인 소회도 남다르지만, 그가 맡은 기업회생과 법인파산 사건의 결정문이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결정문마다 ‘코로나19로 매출 급감’ 같은 문장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이 종료되는 내년에는 회생 사건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산 절차는 크게 파산 절차와 회생 절차로 나뉜다. 파산 절차는 청산을 목적으로 한다.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돈으로 바꿔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회생 절차의 목적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사업을 계속해 효율적으로 재기하는 데 있다. 즉, 장래의 영업이익으로 채무를 갚게 하는 것이다. 회생이 가능하게 하려면 기업이 존속하면서 사업을 할 때 얻는 이익(계속기업 가치)이 기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 만약 기업의 재산을 당장 모두 팔아 그 대금을 채권자들에게 나누는 것이 채권자에게 더 유리하다면 파산절차를 이용해야 한다.

임 변호사는 기업 회생을 암 수술에 비유했다. 암 말기 환자보다 초기 환자가 수술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데 기업 회생 역시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그는 “기업이 회생 신청을 꺼려 기업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뒤늦게 회생 신청을 하면 채무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즉시 회생절차를 신청해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기업 회생 신청 시 전문성 있는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 대리인이 회생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하면 기업이 법률 대리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회생이 암 수술이라면 법률대리인은 외과 의사인데 의사의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면 성공적인 수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다.

기업 파산도 마찬가지다. 부인권(파산자가 파산선고를 받기 전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의 효력을 잃게 하는 권리)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파산 신청 전 도산 전문 변호사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한 이유다.

임 변호사는 10년 넘게 도산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뿌듯한 순간도 많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마자 회생신청을 해 정상적으로 시장에 복귀하는 모습을 볼 때가 대표적이다. 그는 얼마 전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회생 절차를 언급하며 “신용 등급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회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신용등급이 정상기업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했다. 이어 “회생 업무를 맡으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채권자들에게도 연락이 와 하루에 전화를 수십 통씩 받을 때도 있다”며 “그렇지만 회생 회사의 임직원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회생계획 인가 및 회생절차 종결 후 시장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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