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ㆍ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 사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재건축(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이 시장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공공재개발마저 제 속도를 못 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계속심사' 안건으로 넘어갔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으로 지난 5·6 부동산 대책 때 도입됐다.
공공재개발에 참여하면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0%까지 가능해진다. 서울의 경우 3종 일반주거지의 기본 용적률은 250%로 일반 재개발은 소형 임대주택 기부채납(공공기여)을 통해 법적 상한인 300%까지 높일 수 있지만 공공재개발은 360%까지 가능해진다.
또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사업지들의 신청이 쏟아진 건 이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때문이다.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사업지는 모두 70곳이다.
이같은 공공재개발 실행의 밑그림이 담긴 법안이 바로 도정법 개정안이다. 앞서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정안이 신속히 통과·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법안 심사마저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국회 일정상 법안심사 소위가 올해 안에 다시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에선 연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여기다 이번 법안 내용 중 지분형주택이나 공공임대 건설 비율 등에서 이견이 적지 않아 법안이 빨리 처리될 지도 미지수다.
공공재건축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재개발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정부의 서울 주택 공급 계획에도 금이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4 대책 발표 때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가구, 공공재개발으로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사업성 분석 의뢰)을 신청해 참여 의사를 밝힌 재건축 추진 단지는 당초 15곳이었으나 지금은 10곳 정도로 줄었다.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발을 빼자 다른 중소 규모 단지들까지 신청 철회에 나설 분위기라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나마 사업 거부감이 적은 공공재개발은 법안 심사 통과가 지연되고, 공공재건축은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비중이 너무 높아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추가 인센티브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