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증권사 CEO 연임에 걸림돌 된 ‘사모펀드’

입력 2020-1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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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사상 최고치’ 실적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라임, 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이슈로 내부통제관리 능력엔 의문부호가 붙었다. 실적을 보면 연임이 당연해지는 분위기지만 사모펀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왼쪽부터)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
▲(왼쪽부터)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는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2018년 각각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부문을 맡으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KB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채권에 특화된 IB 부문을 김성현 대표가 잘 이끌었고, 견조한 WM 기반을 만들어낸 박정림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가 시장에 자리잡았다는 평가ㄹ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2.7% 증가한 3452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으로는 두 대표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1조6000억 원대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박정림 대표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냈고, 김성현 대표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특히 박 대표에게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은 물론 향후 3년 간 금융권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김 대표만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박 대표의 경우 KB금융이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을 무시하고 연임을 결정하기엔 큰 부담일 것”이라고 했다.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 역시 연말 연임 여부를 앞두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한 859억 원을 기록, DGB금융지주 내 비은행 부문 수익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해보다 4.3%포인트(p) 증가한 25%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연임에 발목을 잡는 것 역시 사모펀드 이슈다. 지난 7월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 설정원본 5151억 원 가운데 325억 원을 하이투자증권이 판매했다. 하이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에이치엘비는 하이투자증권을 상대로 현재 3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최현만·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대표, 이현 키움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 등 6명이다. 해당 5개 증권사 모두 올해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팝펀딩 사태 등 다양한 사모펀드 이슈에 엮여있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고, 한국투자증권의 ‘고의적 과실’이 없었던 만큼 정 대표가 연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내년 3월까지 사모펀드 이슈를 어떻게 마무리짓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반면 미래에셋은 사모펀드와 관련한 특별한 사고가 없었던 만큼 또 다시 두 대표가 연임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수장을 빠르게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3분기 누적 세전 순이익 8723억 원을 기록, 업계 최초로 세전 기준 순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아직도 코로나19 불활실성 속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장을 교체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모펀드 이슈를 어떻게 잘 마무리짓는가가 CEO 연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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