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탄소배출 감축 속도 조절해야…내연車 퇴출, 사전준비 필요"

입력 2020-11-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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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포럼 "2035년 내연기관車 퇴출, 신중한 추진 필요…국내 여건 살펴야"

▲국내 온실가스 배출 구조. 높은 제조업 비중, 재생 에너지 자원 부족 등으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탄소배출 감축이 쉽지 않다.  (사진제공=KAMA)
▲국내 온실가스 배출 구조. 높은 제조업 비중, 재생 에너지 자원 부족 등으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탄소배출 감축이 쉽지 않다. (사진제공=KAMA)

산업계가 국내 여건을 살펴 탄소배출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연기관차 퇴출은 사전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청정에너지 생산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6일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 및 에너지 분야 전환 과제'를 주제로 제6회 산업 발전포럼 및 제11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한국, 세계 탄소 배출량 1.8%만 차지…美ㆍ中보다 앞선 감축 적절한가"

정만기 KIAF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세계 각국과 우리의 여건을 잘 살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전 세계 배출량의 1.8%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보다 앞서가는 감축 방침을 세운 건 당위성 측면에서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탄소 배출량 28.4%를 차지하는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14.6%를 차지하는 미국은 2050년을 시기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 같은 2050년을 탄소 중립 달성 시기로 발표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은 OECD 국가 중 2위 수준인 높은 제조업 비중, 재생 에너지 자원 부족 등으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탄소배출 감축이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유지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탄소배출량의 40%를 줄이려면 전체 제조업 생산의 44%와 일자리 130만 개를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신중해야"

정 회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다룰 문제다. 노르웨이(2025년), 네덜란드(2030년) 등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서두르는 나라들은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일본차의 경쟁력을 고려해 그 이후에도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라며 "미국은 캘리포니아 정부만 2035년을 제시했고, 독일은 2030년을 제안했지만 하원에서 계류 중이라 판매금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 덧붙였다.

2035년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시점으로 선언한 중국에 대해서도 "환경보다는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산업 육성 측면의 전략이기에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환 앞서 전력 설비ㆍ인프라 확충 필요"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 발전설비, 충전 인프라 확충, 전기차 부품업체 육성 등 사전준비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운행 중인 자동차 2300만대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되고, 이들 중 70%가 동시 충전한다 해도 2034년 전력생산 예측치 104GW와 유사한 102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라며 "원전 102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전력생산 설비 구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내연기관차 퇴출정책이 자칫 온실가스 발생을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옮기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정 회장은 “세계에는 약 13억대의 차량이 운행 중인데 2035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이중 절반만 동시 충전한다 해도 3000GW의 현재 발전설비 규모는 7500GW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라면서 석탄발전량 증가를 우려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탄소 중립에 앞서 에너지 소비, 공급, 전달체계, 산업 등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전력수요가 애초 국가 전체 전력수요(목표) 대비 약 2.5배 수준으로 증가하며, 산업부문과 수송부문의 전력수요는 기존 목표 대비 각각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50년 발전 부문의 탈 탄소화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총 발전량의 8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에너지 생산 단계까지 고려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다.  (사진제공=KAMA)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에너지 생산 단계까지 고려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다. (사진제공=KAMA)

"에너지 생산부터 배출량 따져야…보급 대신 인센티브 정책 필요"

민경덕 서울대학교 교수는 전력 사용을 고려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이 유사한 수준이라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해 에너지원에서부터 주행까지를 따져 배출량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전환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차 보급정책을 장려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표한 내연기관 판매금지 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친환경차 정책은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부품산업 생태계의 친환경차 전환 속도 △차량 전주기평가(LCA)를 고려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비용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보급 여건을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체 부품업계 실태조사 결과, 미래차 부품 1종을 개발하는 데 평균 13억 원이 필요하지만, 미래차 전환 기업의 17.8%만이 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내연기관 위주의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친환경차 구조로 전환되려면 10년 이상은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차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친환경차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내연기관 판매금지와 같은 규제 위주의 급격한 친환경차 보급정책보다는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장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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