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떠난 축구 영웅..."굿바이 마라도나! 축구의 시인"

입력 2020-11-26 11:27 수정 2020-11-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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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 25일 자택서 심장마비로 별세
“존재해주어 감사하다” 각계각층 애도 물결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6월 29일 멕시코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리한 후 우승컵을 높이 들어보이고 있다. 마라도나는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멕시코시티/AP연합뉴스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6월 29일 멕시코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리한 후 우승컵을 높이 들어보이고 있다. 마라도나는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멕시코시티/AP연합뉴스

“마라도나의 발 끝에서, 공은 마치 애완동물처럼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 같았다.”

“나른한 듯 길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현란한 드리블과 함께 놀라운 패스,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슛. 이런 화려한 위장술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신의 손’ ‘축구의 신’ ‘축구의 전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그 어떤 수식어로도 찬사가 부족한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20세기를 풍미한 축구 영웅의 부음에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물론이고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슬픔에 잠겼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라도나는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0세. 그는 3일 경막하혈종으로 수술을 받고 11일 퇴원해 회복 중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와 응급조치를 했으나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리그 역사상 최연소로 데뷔한 마라도나는 펠레와 요한 크루이프, 프란츠 베켄바워,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함께 20세기 축구 역사에 일획을 그은 스타였다.

1960년 10월 3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에서 3남 4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마라도나는 3살 때부터 ‘축구 신동’ 소리를 들었다. 16세에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해 보카 주니어스, FC 바르셀로나, SSC 나폴리 등에서 뛰었다. 특히 그는 창단 이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나폴리를 두 차례 리그 정상에 올려놓고, UEFA 우승을 이끄는 등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쳤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견인해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악동으로도 유명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8강전 때다. 마라도나는 심판이 안 보는 사이 자신의 손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간 공이 골로 인정되자 “내 머리와 신의 손이 만들어낸 골”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그에게는 ‘신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 별명은 그에게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안겼다. 나중에 그는 “의도적으로 손을 뻗었다”고 시인했다.

코카인과 알코올에 중독된 1980~1990년대는 그의 축구 인생에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던 1992년 코카인 복용 사실이 드러나 15개월간 자격 정지를 당했다. 이후 1994년 2월 아르헨티나 별장에서 기자들에게 공기총을 발사해 파문을 일으켰고, 그해 말 미국 월드컵 때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돼 중도 귀국해야 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자 에너지를 높이거나 체중 감량을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한 결과다. 2004년 4월 심장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오랜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2014년 그는 아르헨티나 TV 프로그램에 나와 “내가 약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선수가 됐을까”라며 과거를 후회하기도 했다.

축구 영웅 마라도나를 잃은 아르헨티나는 슬픔에 잠겼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당신은 우리를 세계 정상으로 데려갔다. 당신은 우리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게 했다. 당신은 무엇보다도 위대한 사람이었다. 존재해주어 감사하다”고 조의를 표했다. 국가 애도 기간에 마라도나의 시신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카사로사다에 안치된다. 일반인의 조문은 28일까지 가능하다.

마라도나의 팬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을 좇았다. 마라도나의 자택 앞에는 많은 팬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

그가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딛은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의 홈구장과 보카 주니어스의 라봄보네라 경기장에도 추모객이 몰려 경기장 밖을 촛불과 꽃으로 장식했다. 마라도나가 태어나고 자란 비야 피오리토의 주민들은 그가 살았던 집에 그의 벽화를 그려 마라도나를 추억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마라도나를 기리기 위해 이번 주에 열리는 모든 유럽 리그 경기에 앞서 1분간 묵념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체페린 UEFA 회장은 “그는 축구를 빛나게 만든 인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마라도나를 잇는 스타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는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설이여 안녕”이라며 그의 사진을 올렸다. 이어 “모든 아르헨티나인과 축구인들에게 슬픈 날”이라며 “그는 우리를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디에고는 영원하다”고 전했다. 메시와 마라도나는 2010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현직으로 활동한 시기는 달랐지만, 세기의 라이벌로 꼽힌 브라질의 축구 전설 펠레는 “나는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고 세상은 전설을 잃었다”며 “분명히 언젠가 하늘에서 우리가 함께 공을 찰 것”이라고 애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마라도나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를 위해 기도했다”며 “교황은 그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고 했다. 교황청 공식 웹사이트는 마라도나를 가리켜 ‘축구의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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