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년 DG에 한국 가곡을…소프라노 박혜상 "가장 나다운 음악으로"

입력 2020-11-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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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박혜상. (사진제공=크레디아)
▲소프라노 박혜상. (사진제공=크레디아)
"한국인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한국 작곡가와 문화를 알리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한국 가곡을 부르는 것이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난 5월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회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은 소프라노 박혜상이 한국 가곡을 세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만난 박혜상은 "DG에선 한국 가곡이 낯설 수밖에 없지만, 그 경계를 허물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발매된 박혜상의 데뷔 앨범 '아이 엠 헤라(I AM HERA)'에는 헨델, 모차르트, 로시니, 푸치니 등의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외에도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이 실렸다. 122년 DG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가곡이 들어간 앨범이다. 박혜상은 DG 데뷔 앨범인 만큼 '틀에 박힌 레퍼토리'로 가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주변의 의견을 일체 거부했다.

"10번 이상 레퍼토리를 고민했어요. 가장 나다운 것, 나만의 '자유로운 영혼'(free spirit)을 전달하려면 한국 가곡만 한 게 없죠. 한국 노래를 들려주면 외국인들이 많이 좋아해요. 새롭고 신선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리사이틀 때마다 한국 가곡을 불렀고 많이 알리려 노력했지만, 더 많이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브레토(희극 오페라에서 젊고 장난기가 많은 여자 배역) 아리아를 많이 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생하고 힘들어하는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는 수브레토 롤들이 마음에 들었던 까닭이다. 박혜상은 "그들도 삶의 어려움이 있고 고난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유쾌함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며 "나랑 닮은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상은 올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박혜상은 올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과 '돈 조반니' 등에서 주역 데뷔를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정들이 취소됐다.

앨범 녹음도 녹록지 않았다. 애초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하려 했지만, 방역 수칙상 오케스트라가 모일 수 없어서 일정을 전면 취소해야 했다. 결국 DG가 1개월여 발품을 판 끝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박혜상은 "처음엔 공연 취소가 속상했지만, 이제는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여긴다"고 했다.

DG와 계약을 맺게 된 데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박혜상은 지난해 영국의 오페라 축제인 글라인본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여주인공 로지나 역으로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이 모습을 DG의 클레멘스 트로트만 사장이 봤고, 그는 기억에 남는 오페라 세 손가락 안에 박혜상을 꼽았다.

박혜상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어색하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왜 나일까?'를 고민한다"면서도 "나여야 한다면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다음 달 4~5일 첼리스트 홍진호, 테너 존노 등과 함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 2020: 투나잇' 무대에 오른다. 내년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주역 데뷔를 한다.

"낯설고 어색한 여정이었지만 DG 데뷔 앨범을 통해 많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많이 설렙니다. 영광스러워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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