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로운 만남과 노조추천이사제

입력 2020-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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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금융부 기자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물건, 하물며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도 어느 정도 결단이 요구된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갈망하면서도 주춤거리는 이유는 일상의 변화를 불편으로 받아들이는 습성 때문일 것이다. 반면, 익숙한 사람과의 만남은 편안함을 준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편안함은 자칫 나태와 권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래를 약속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편안함이 주는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에선 내년 3월 기업은행에서 첫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노동이사제 전 단계 격이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는 아직까지 도입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불안감은 반감만 키웠다. 기업은행 직원들조차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데 굳이 왜 하려는지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것이다.

주요 금융회사 사외이사 제도는 줄곧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한 채 방치됐다. 사외이사 자리에 경영진의 측근이 포진돼 있고, 장기간 재직하며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전관예우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그 결과 금융지주들은 셀프 연임, 채용비리 등 문제가 계속해서 터졌다.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그 첫 번째 만남의 성사는 기업은행에 달렸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연초 취임하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포함한 노사공동 합의문을 수용했다. 사실상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노사 간 의견 교환이 중요하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노조추천이사제와의 만남이 우리나라 기업 경영에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여 선진금융이라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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