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16일부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광화문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보도로 바꾸고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방향) 차로를 7~9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소통 부족과 함께 서울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정상택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장을 3일 서울시청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마포구에서 근무하다 서울시로 이동한 그는 5년간 서울대공원 관리부장, 소상공인지원과장, 총무과장 등을 역임했다. 3급으로 승진 후 마포구 부구청장을 지내다 올해 1월 1일부터 추진단장을 맡아 사업을 이끌고 있다.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가 시작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ㆍ도시연대ㆍ문화도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서울시의회 야당 의원들도 내년 보궐선거까지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분한 논의 없이, 시장 부재 상황에서 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단장은 이러한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2016년 관련 포럼이 개최됐고, 2018년 시민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이후 지역주민들, 시민단체와 330번 논의했죠.(이 과정에서 경실련도 참여했다) 다양하게 소통해서 그분들이 이야기했던 것들 받아서 안을 만든 뒤 행정안전부나 문화재청, 서울지방경찰청 등과 쉼 없이 협의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시의회에서도 예산을 반영해 준 것이죠. 신규사업으로 갑자기 툭 떨어진 게 아닙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5월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광화문광장 사업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도 지난해 9월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서울시가 시장 대행체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충분한 소통 후 다시 계획을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7~8월에 시민단체가 행정안전부에 소통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래서 박 전 시장께서 9~12월까지 61차례, 1만2000명의 시민과 또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안에 변화를 줬고 그 내용들을 정리해 2월에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다시 발표했습니다. 행정안전부 협의, 문화재청 심의 등 20여 가지의 행정절차를 거쳤고요. 이 부분을 가지고 '졸속이다', '강행이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절차를 안 밟거나 시의회를 무시했다면 그게 졸속이고 강행이죠."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쉬고, 걷기 편한' 도심으로 만들 계획이다. 런던과 파리 등 세계적인 대도시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다. 도심의 주차장을 공원으로 바꿔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 단장은 이러한 노력이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나면 12월에 완료되는 세종대로 사람숲길과 연계됩니다. 2.6km에 달하는 서울을 대표하는 보행로가 조성되는 것이죠. 골목들과 가게들이 서촌ㆍ북촌까지도 연결됩니다. 그러면 보행자나 관광객 방문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인근 지역에 경제도 활력을 줄 수 있죠. 골목상권도 살릴 수 있는 겁니다. 실제 상인들 반응도 좋은 편이에요. 플래카드를 걸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비판과 응원이 공존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각에서는 내년 서울시장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사업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인 만큼 야당 인사가 시장으로 당선되면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시민단체들도 내년까지 공사를 미루자고 주장한다.
"시민 소통 결과와 전문가들의 의견, 지난했던 소통의 결과가 동력이 돼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서울시의 준비이기도 하고요. 이 부분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궐 선거 이후로 공사를 미루라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직무유기를 하고 놀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중앙부처, 시의회가 예산을 심의해준 것을 무시하게 되는 격이죠."
공사 전후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있다. 교통체증과 광화문 시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등 넓은 보행로에 공원의 요소를 갖춘 광장을 환영하는 시민들만큼이나 나중에 겪게 될 불편을 걱정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도 이를 잘 알고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사직율곡로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공사를 단계적으로 해 교통체증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공사를 야간시간에 진행해 출퇴근 시민의 불편을 덜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과 합동TF를 구성해 교통체증에 대한 17가지 대책을 만들었어요. 공사 후에도 모니터링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집회의 경우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는 조처를 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집회시위법 개정안을 요청했습니다. 단속 대상에 '최고소음도'가 추가돼 85데시벨(㏈) 이상으로 소음이 발생하면 규제할 수 있도록 변경했습니다. 광장이 광장답게 이용될 수 있도록 조화로운 광장을 만들겠습니다."
정 단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공무원이 할 일'이라는 말을 했다. 서울시장이 공석이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공사를 강행한다는 다양한 비판에도 공무원이라면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정 단장은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이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린 행정공무원들입니다.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추진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책무죠. 사실 정치화 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입니다. 시민의 건강도 살리고 상권도 살리는 쉬고 싶은 공간, 걷고 싶은 광화문 광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도심 공간을 바꾸면 다른 도시에도 메시지를 던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