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율곡은 '조선이라는 신문사' 주필이었다

입력 2020-11-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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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맹자 언론가 이율곡/ 임철순 지음/ 열린책들 펴냄/

정론과 직언으로 이름난 조선의 유학자 이율곡(李栗谷, 1536~1584)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정작 그의 글이나 삶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과거에서 아홉 번이나 장원을 한 천재, 임진왜란을 내다보고 10만 양병설을 주창한 사람, 퇴계 이황과 함께 우리나라 성리학의 두 기둥을 이루는 명현(名賢), 대개 딱 그 정도다.

신문사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낸 저자는 이율곡의 삶을 그의 언론 활동을 중심으로 조명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이율곡을 '맹자'와 '주필(主筆)' 두 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

조선 시대 언관과 사대부들은 백성의 말과 글이 조정에 전달되는 여론 통로를 '언로(言路)'라고 했고, 이 언로가 열리느냐 막히느냐에 나라의 흥망이 좌우된다고 믿었다. 저자는 율곡이 '언론인에게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추고 시종여일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왕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왕도 정치를 구현하려 했던 정치가·사상가라는 점에서 '한국의 맹자', 시대의 공론 형성과 유지·발전을 선도한 점에서 조선이라는 신문사의 '주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율곡은 관직 생활 대부분을 언론 기관인 삼사(三司)에서 보냈고(특히 39세와 43세, 44세 때 사간원 대사간을 지낸 데 이어, 46세 때는 사헌부 대사헌과 홍문관 대제학을 역임하는 등 세 기관의 수장 직을 두루 거쳤다), 왕의 면전에서도 직언과 고언을 쏟아낸 쾌직(快直)한 인물이었다.

책은 짧았지만 치열했던 율곡의 삶을 그가 남긴 상소와 대면 직언, 저술,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등을 통해 살핀다. 그의 어록과 사후 문인들의 다양한 평가, 주요 저술에 대한 소개 등도 싣고 있다. 율곡이라는 인물의 특징과 학문적 업적 등도 두루 살필 수 있다. 특히 임금을 바른길로 이끌어 무너져 가는 조선을 다시 세우려 했던 율곡의 치열한 삶은 정론과 직언이 희미해지는 우리 정치와 사회 현실에도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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