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쥐락펴락 ‘검은머리 외국인’]③과실만 챙기는 재벌家 외국인

입력 2020-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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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3] 국적 고르는 오너家 “의무는 피하고, 권리만 행사”

그간 국내 고위공직자, 재벌가는 ‘국적 세탁’을 세금 회피, 병역 기피 등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다수 대기업이 오늘날까지 성장한 데는 국가적 특별 지원이 뒤따랐다. 이를 고려하면 오너가의 한국 국적 포기는 ‘의무는 피하고, 권리만 행사하려는’ 전형적인 사회적 책임 회피 문제로 이어진다.

해외 국적을 보유할 경우, 내국인과 달리 병역, 납세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회적 인프라는 누리면서 의무 불이행 제재 대상에선 자유로운, ‘특권’인 셈이다. 이 같은 한국계 외국인은 창업주에서 2, 3세로 내려올수록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재벌가로 꼽히는 인물 중에서는 이미경 CJ 부회장,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아들 이규호 상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외국인이지만, 해당 기업 경영에 참여하거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려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해외 국적을 취득해 군대에 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는 일본 국적자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싱가포르 국적자로 분류돼 군대에 가지 않았다. 오히려 재벌가 자제가 입대할 경우, 이례적 사례로 남아 기업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증권사 내 가업 승계 업무 관계자는 “기업규모를 넓혀 중견·중소기업으로 살피면 자녀들의 해외 국적 비율이 매우 높다”며 “유학, 병역 등의 문제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고, 이들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병역을 이행하진 않으며 상속, 증여에도 큰 변동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투자 이민이 가능한 나라를 골라 돈을 주고 국적을 사는 ‘꼼수’를 피우기도 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둘째 아들을 싱가포르 영주권자로 만들어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역시 두 딸을 에콰도르 영주권 소지자로 세탁해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학교 선택을 위해 아내, 자녀를 캄보디아인으로 만들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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