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기간부여’ 신라젠, 상폐 목전에서 안도의 ‘한숨’

입력 2020-11-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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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실패 등으로 파문을 일으킨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했다. 해당 기간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에 이어 헬릭스미스 등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바이오 대장주도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은 소액주주 비중이 85%를 넘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때 국내 대표 바이오주자들이 잇따른 도덕적 해이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K바이오’에 대한 신뢰에도 흠집이 생기게 됐다. ‘바이오 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겼다.

◇ 거래소, 신라젠 개선기간 부여=3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신라젠에 대해 개선ㅊ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심의했다. 30일로부터 7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기심위를 개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잘나가던 신라젠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은 ‘꿈의 물질’로 불린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이 중단되면서다. 신라젠은 2016년 해당 물질을 기반으로 기술특례상장을 했다. 하지만 작년 8월 신라젠이 미국의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 3상 실험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밝히면서 신라젠의 주가는 1만원 아래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올해 5월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신라젠의 거래 정지가 시작됐다. 신라젠의 전직 임원이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 주식을 매도했다는 혐의다. 또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면서 약 1900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신라젠 주가는 1만2100원에서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신라젠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16만8778명으로 보유 주식 비율은 87.7%에 달한다.7500억 원이 넘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1년 간 묶여있게 됐다.

앞서 신라젠 소액주주는 ‘상장폐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라젠 소액주주 측은 “신라젠은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위한 경영진 교체 등 회사 경영 투명성을 확보했고, 소액주주들은 암 정복을 향한 회사의 신약 임상연구 도전을 응원하며 신임 대표와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한국거래소의 자의적인 법적제재 보다는 기업의 계속성과 항암 신약개발을 염원하며 투자한 70만 가족 소액주주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기심위는 이같은 소액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라젠이 개선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개선기간이 종료되기 전이라도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K바이오’ 위기, 헬릭스미스도 ‘빨간불’=헬릭스미스 역시 위험 사모펀드 투자로 인한 원금손실 우려, 적자 지속으로 관리종목에 편입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헬릭스미스는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약 1082억 원으로 자기자본 1991억 원의 54.36%에 달했다. 올해 손실액 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하지 못하면 관리 대상이 된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가 최근 3년 중 2년간 세전 순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을 지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신주 750만 주를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와 외부 투자자로부터 1061억 원을 추가 조달, 관리 종목 지정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으로부터 유상증자 신고 서류(증권 신고서)를 심사받는 과정에서 부실 사모펀드 투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낳았다. 헬릭스미스가 최근 5년간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2643억 원이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구두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장밋빛 전망을 담은 자료를 밀어내기식으로 시장에 뿌린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와 다른 내용이 있으면 투자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니 주의를 해달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1월 12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은 기준 주가 2만 180원에 할인율 등을 적용시켜 주당 1만4150원으로 산정됐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이번 1차 발행가액이 최종 발행가액으로 결정될 경우 예상 유상증자 규모는 약 1061억 원이다. 최종 확정 발행가액은 구주주청약일(2020년 12월 18일) 이전 3거래일(2020년 12월 15일)에 공시할 계획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헬릭스미스 등 바이오 1세대들이 산업 성장을 위해 가져야 할 책임감이 중요한데, 이를 간과하고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분명한 것은 투자자들도 이러한 위험요소를 제대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문제와 바이오산업 성장의 문제를 분리해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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