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석의 부동산 나침반] 서민 잡는 '서민 주거 안정대책'

입력 2020-1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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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정부가 뛰는 집값을 무조건 잡겠다며 남발해온 부동산 정책이 곳곳에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그동안 ‘세금 폭탄’과 규제 위주의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커녕 수급 불균형과 풍선효과, 세금 전가 등을 가져와 국민의 근심만 커졌다. 땜질 처방으로 누더기가 된 정책의 전면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최근 기사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폭등으로 고통을 겪었던 2006년 한 신문사의 사설 내용이다. 당시에도 노무현 정부는 서민 집값 안정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3년부터 세금 폭탄과 가격 통제 대출 규제 등을 시행한 결과 2006년에 결국 전셋값 폭등과 서민이 살고 있던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 당시에도 정부의 규제책이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속출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시간이 15년이 흐른 현재 우리는 거의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집값 상승은 수도권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전방위적인 규제의 여파로 전세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전세수급지수가 200점 만점에 190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언제 200에 도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세난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이 이미 시작되었다. KB부동산 11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 증감률은 1.54%를 기록해 10월의 0.74%에 비해 크게 올랐다. 7월 2.14%, 8월 2.05%, 9월 2.00%에 달하던 매매가격 증감률은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10월 들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한 달이 채 못돼 다시 집값 과열 양상이 감지됐는데, 이런 현상이 통계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경기ㆍ인천과 5대 광역시에도 비슷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집값 급등이 단기간에 진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내년 이후 전국적인 입주 물량 감소가 향후 3~5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임대 확대나 호텔 등을 개조한 단기 공급 확대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문제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집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주택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배려를 했지만, 지금은 공공이 주도한 공급을 고집하는 바람에 민간이 끼어들 여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 내년부터 신규 분양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는 5년의 거주 의무가 주어진다. 또 다주택자가 분양을 받으면 12% 이상의 취득세를 물리게 된다. 인기지역이 아닌 곳에서 과연 누가 분양을 받으려고 할지 의문이 든다.

당장 올 겨울에 집값 급등 현상이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통적으로 11월은 전셋값과 매매값이 가장 약세를 보이는 시기다. 그러나 12월에는 학군지부터 방학 전세 이사철이 시작된다. 가장 약세인 11월에도 전세대란이 이어졌다면 12월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 연접한 외곽지역에는 이미 집값 상승의 불씨가 옮겨 붙었다. 시간이 갈수록 전세난은 외곽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에선 과천ㆍ성남ㆍ하남ㆍ안양ㆍ광명ㆍ구리시 등 서울 인접지역은 물론이고 용인ㆍ수원ㆍ김포ㆍ고양ㆍ부천ㆍ화성시 등 조금 더 먼 지역도 전세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그 밖의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워낙 전세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이지 이사철이 본격화하면서 거래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가격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뛸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지 3년여가 지났다. 2017년 8.2대책에서 비롯한 각종 규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시가격을 올려서 투기꾼을 잡겠다고 한다. 지난 3년동안 쉬지 않고 문제 제기를 해왔던 전문가들조차 이제는 지쳐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세금을 줄이고 대출을 정상화하고 가격 통제를 없애는 등 시장 기능을 살리지 않고 규제로 일관한다면, 앞으로 3년 후에 서민들은 집이 없어 토굴을 파고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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