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레몬법의 구멍, 국토부의 변명

입력 2020-1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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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신차에 중대한 결함이나 하자가 반복될 때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정된 법이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입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넘지 못했지요. 그러다 2018년 이곳저곳에서 BMW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20대 국회에서는 마침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 비싼 BMW를 수십 대나 태워 먹고 나서야 관련법이 생긴 것이지요. 그렇게 우리에게도 자동차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레몬법이 생겼습니다.

시행 초기, 앞뒤 안 가리고 결과만 따지는 한 시민단체는 “레몬법에 따른 교환 및 환불 결정이 0건에 불과하다”라며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레몬법 규정에 따라 교환 또는 환불해준 사례는 지금도 0건입니다. 그런데 이 법에 따라 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제조사는 일련의 합의를 통해 신차를 교환하거나 환불해줬기 때문이지요. 중재가 진행되는 과정에 소비자는 교환 또는 환불을 받고 있다는 뜻이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레몬법이 식상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성법이 돼 있는 데다, 교환과 환불 사례가 존재한다고 하니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지요.

그렇게 세상이 외면하기 시작한 ‘한국형 레몬법’에 본지가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게 올해 초였습니다.

여전히 레몬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었는데요.

그렇게 취재했던 내용 가운데 하나가 리스 또는 장기렌터카를 포함한 법인 차 이용자들이었습니다. 자동차의 소유주만 교환 또는 환불 신청이 가능하다 보니 이들은 애초부터 레몬법 대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상반기 기준, 전체 수입차 판매의 약 40%가 리스 또는 장기렌터카를 포함한 법인 차였습니다. 이런 차를 운전하는 실효적 소유주는 애초부터 차에 결함이 생겨도 교환이나 환불을 신청할 자격조차 없었습니다.

취재를 반복하며 피해자와 제조사, 정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입법부인 국회 차원에서 다행히 관련 기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국회가 조만간 지혜를 모아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언론의 사회적 가치와 의무, 추구해야 할 방향성도 이런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눈이 빠지게 레몬법 입법안을 살피다보니 여전히 실제 소비자를 외면한 구멍이 곳곳에 보입니다.

법안을 들고 법률전문가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봐도 곳곳에 제조사 또는 수입사들이 빠져나갈 틈이 존재합니다. 동시에 소비자 보호라는 애초의 취지에 어긋난 부분이 있습니다.

레몬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절차와 규칙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이를 간과하고 자칫 아무런 정비소를 찾아가 정비를 받으면 레몬법 적용대상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레몬법에는 고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레몬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래 어디 법대로 해보자”라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주고 자동차 산업과 문화의 발전을 이뤄내자는데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어렵사리 성법된 레몬법이 더욱 실효성을 얻을 수 있도록 부처 차원에서 시행령 보완에 나서야 합니다.

아무리 부처 장관이 자동차와 교통 문제를 팽개치고 ‘전세대란’에 정신이 팔려있다지만, 교통 관련 정책 실무자인 당신들마저 “이미 시행령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라며 식상한 변명을 늘어놓아서야 되겠습니까?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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