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 토지의 환매권 발생 기간을 10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일 A 씨가 토지보상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생길 수 있는 법률 공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 시점까지 일정 기간 효력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창원시는 2005년 9월~2006년 1월 해양관광도로 개설 공사 추진을 위해 A 씨 등으로부터 진해구 토지 일부를 구매했다. 창원시는 공사를 진행하던 중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는 개발 계획과 해양관광도로 사업이 중복되는 부분이 생기자 해당 토지를 사업 용지에서 제외했다.
A 씨 등은 2018년 1월 창원시를 상대로 "환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후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환매권의 발생 기간을 취득일로부터 10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토지보상법 91조 1항은 토지의 취득일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사업의 폐지나 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경우 당시의 토지 소유자 등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업 시행자에게 지급하고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환매권 발생 기간 10년을 예외 없이 유지하면 공익사업의 폐지 등으로 공공필요가 소멸했음에도 단지 10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환매권이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환매권이 발생하지 않으면 환매권 통지 의무도 발생하지 않아 환매권 상실에 따른 손해배상도 받지 못하게 돼 사익 제한 정도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법률 조항이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은 원소유자의 사익침해 정도를 정당화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결국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헌재는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성은 환매권의 발생 기간을 제한한 것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 기간을 10년 이내로 제한한 것에 있다"며 "따라서 입법자는 이른 시일 내에 결정 취지에 맞게 개선 입법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선애·이종석·이미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으로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치 변화가 상당히 심하고 토지를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경향이 상당히 존재한다"며 "원소유자가 환매권을 행사하는 주된 동기가 상승한 부동산의 가치 회수인 경우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환매권 발생 기간 제한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