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분석보고서 실태]①‘속 빈 강정’ 외국 기업 리포트

입력 2020-12-02 14:56 수정 2020-12-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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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해외 기업 보고서 발간 추이 (자료=에프앤가이드)
▲국내 증권사 해외 기업 보고서 발간 추이 (자료=에프앤가이드)
국내 증권사들이 쏟아내는 해외기업 보고서가 정보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해외 제휴 증권사의 리포트를 다시 손 봐 만드는 수준이다. 보고서의 생명이자 애널리스트의 자존심인 목표가와 투자의견이 없는 경우가 흔했다.

2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해 들어 11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2293건의 해외 기업 보고서를 쏟아냈다. 이미 지난해 2207건을 넘어선 수치다. 2016년 590건에 불과했던 해외기업 보고서는 2017년 693건, 2018년 1081건으로 최근 5년새 급증세다.

‘서학개미’를 회원으로 끌어들여 해외 주식 중개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이를 자산관리로 연계시켜보려는 속내다.

문제는 보고서의 양에 비해 질적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보고서는 제휴를 맺은 해외 증권사의 종목 정보를 재가공하는 식의 리포트다. 심층 분석이 다수인 국내 종목에 비해 해외 종목은 최근 실적과 투자 포인트 등을 짚는 수준에 그쳐 인터넷 카페나 유튜브 정보가 낫다는 평까지 나온다.

넉 달 전부터 주식 스터디에 가입해 해외주식을 열공하는 직장인 박모(28) 씨는 “‘재테크’라는 공통관심사를 가진 또래들끼리 만나 주식 노하우를 익히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스터디 멤버 일부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주식 투자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면서 “국내 증권사 보고서 얘기를 꺼냈간 ‘주린이’(주식 초보자) 취급 당한다.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해외 보고서를 들여다 보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보도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 특정 업종과 종목에 쏠려 있다. ‘서학개미’들이 제약, 친환경, 에너지 등 종목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심층 분석해 자체적으로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놓더라도 ‘매수’ 일색이다.

합리적 목표가인지도 판단하기 힘들다. 해외종목에는 괴리율 공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괴리율 공시제 취지 자체가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국내 기업에 휘둘려 객관적, 독립적 의견을 내지 못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해외 주식의 경우에는 별도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해외 주식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애널리스트도 턱없이 부족하다. 덩치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주식 전담 인력은 13명으로 지난해 말과 같다. 삼성증권은 11명, NH투자증권 11명, 한국투자증권 10명, KB증권 7명, 키움증권 6명 등 증권사의 해외주식만 다루는 전담 인력은 10명 안팎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 연구원들이 직접 해외 기업을 탐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해외 주식 담당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해외 기업들에 대한 분석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늘어난 수요만큼 필요한 일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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