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영국서 첫 탄생…팬데믹 방역 판도 바뀌나

입력 2020-12-02 15:24 수정 2020-12-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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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주 접종 개시…미국ㆍ유럽도 연내 접종 전망…K백신은 개발 속도 1년 뒤처져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허가가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로써 각국이 본격적인 접종 절차에 착수하면서 백신은 코로나19 방역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영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영국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라는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권고를 수용했다”며 “이 백신은 다음주부터 영국 전역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가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승인했지만, 화이자가 제약 선진국에서 승인을 획득하면서 사실상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했다.

영국·미국 12월 접종 개시…집단면역 본격 시도
화이자는 영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조만간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할 예정이다. 이 백신은 임상 3상 참여자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170명을 분석한 결과 95%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이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해야 하며, 가격은 1회 투여분 당 19.5달러(약 2만1000원)로 책정됐다.

모더나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각각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모더나의 백신은 일반 냉장고에서 최대 30일 보관이 가능해 화이자 백신보다 유통이 더 쉬울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FDA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허가 절차에 착수, 두 백신 모두 12월 내 승인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연말까지 백신 4000만 회를 접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이미 1400만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27명 이상이 사망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국의 확산세가 심각하다.

이들 국가는 초기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신속한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은 백신 승인 즉시 접종에 돌입해 내년 5월까지 인구의 7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한다는 계획을 가동했다. 영국은 음식점이나 영화관 등 실내 시설에 입장할 때 백신 접종 증명을 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뜨거운 글로벌 백신 확보전…물량도 속도도 뒤처진 한국

백신을 빠르게 접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 설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구 6700만 명인 영국은 화이자를 포함한 7개 회사에서 총 3억57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전 국민에게 2회씩 접종해도 1만1000명분 이상이 남는 물량이다. 영국보다 인구가 1500만 명 많은 독일은 총 3억 회분, 인구 3800만 명의 캐나다는 4억 회분을 사들였다. 이웃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억45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허가 단계에 이른 백신들이 성공할 경우 내년 가을까지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7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됐다. 영국은 3월, 유럽연합(EU)과 일본, 호주는 5월까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백신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백신 공급체계인 코백스(COVEX)를 통해 1000만 명분,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 등 애초 3000만 명 분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체 인구의 약 60%에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접종 시작 시기는 내년 가을로 잡았다. 선제 방역을 통해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만큼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한 다음 접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정부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3000만 명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내년도 예산안에는 9000억 원을 반영했다. 현재 5개의 개별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계약이 성사된 곳은 없다.

K-백신 탄생은 제넥신 앞서 있지만…다국적 제약사와 시차 1년
국내 기업들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임상 1상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임상 1/2a상을 개시한 제넥신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제넥신은 임상 1상 투약을 완료했으며, 연내 임상 2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2상을 마치면 조건부승인을 통해 내년 연말부터 접종과 대량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다국적제약사의 백신보다 1년 정도 뒤처지는 셈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내년 9월 중 3상 조건부 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빨리 개발에 성공해 국민이 접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일 서울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백신 임상에 착수했다. 이 백신은 지난달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1상 승인을 받았으며, 영장류 대상 효력 시험에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보다 약 10배 높은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백신은 단백질 배양과 정제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 합성항원백신이란 점에서 임상에서도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가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연내 임상 진입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진원생명과학과 셀리드도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셀리드는 최근 백신 GMP 센터를 완공, 연간 1000만 회분의 백신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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