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원 하락에도 수천억 원 매출 증발" 산업계, 환율 급락ㆍ코로나까지 '첩첩산중'

입력 2020-12-04 15:09 수정 2020-12-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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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6개월 만에 환율 1100원 밑으로…'환 헤지'에도 하락 장기화 우려하는 기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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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급격히 하락하는 원·달러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로 수출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2년 6개월 만에 환율마저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민감도가 높은 산업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10분 현재 전날 종가보다 13.3원 내린 달러당 1083.70원으로 1090원 선도 무너졌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재정 부양책이 연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세계적 위험 선호 분위기가 이어져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9월 이후 본격 약달러와 위안화 강세에 편승했다”라며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 선박 수주 집중, 10월부터 부각된 미국 대선에서의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한국에 대한 긍정적 영향 기대, 11월 이후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 집중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주 들어 하락 압력이 심화한 것은 백신과 미국 추가 부양책 기대 속 위험 선호와 약달러, 한국의 11월 수출 호조 확인, 잇따르는 선박 수주와 무엇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 시각 부각에 역외 중심 매도세가 집중된 것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원·달러 환율 하락은 시장의 예상치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산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도 추가로 하락하겠지만, 하방 경직성이 나타나면서 더딘 속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주력 산업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시 전체 수출은 0.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전운 감도는 車 업계…환율 10원 떨어지면 매출 4000억 원 감소

환율 변화에 수출 민감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자동차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생산량의 65%를 해외 시장에 판매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다. 연간 수출액이 400억 달러 규모로,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완성차 업계의 매출이 4000억 원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충분한 환 헤지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경영 체계도 준비한 상황이지만,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아직까지 엔화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산차 업계는 세계 시장에서 주로 일본차와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영향을 분석할 때 엔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본차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국내 업계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고 엔저’가 되면 국내 업계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엔화의 가치가 원화보다 높아 현재의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일정 부분 피해가 있겠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운영위원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는 3대 중 2대를 수출하는 구조라 원·달러 환율 하락 시 매출과 영업익이 감소하게 된다”라면서도 “국산차와 경쟁하는 일본 엔화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지금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유의 깊게 관찰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일부 전자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환율상승 효과로 영업이익이 100억 원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 측은 “당사는 달러 매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에 대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뒀다”며 “전 분기 대비 환율이 상승해 약 100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율로 득실 따지던 정유·항공…“코로나19 변수 고려해야”

정유업계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환차익이 발생하지만, 시차 효과와 재고 손익은 떨어져 환율 변동에 따른 ‘일장일단’이 있는 업종이다.

원유를 달러로 구매해 환율 하락은 환차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 외화자산 대비 부채가 많은 국내 정유사의 특성상 외화부채 축소로 외화평가이익(환차익)도 발생한다. 외화부채가 1억 달러라고 가정하면 환율이 1100원이면 부채가 1100억 원이고,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질 시 부채가 1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수출과 정제마진, 시차 효과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선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 국제유가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산업은 환율 하락이 국내 수요가 늘 수 있지만,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 있어 상호 보완적인 의미로 작용한다”라면서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등 변수가 많아서 이전처럼 환율 하락이 반등의 신호탄이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항공업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반가운 업종이었지만, 코로나19로 수혜를 보기 어려워졌다.

항공업은 연료비를 비롯해 달러로 발생하는 비용이 감소하며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B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대한항공의 2021년 영업손익이 12억 원 증가하며 영업외손익은 773억 원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전에는 환율이 하락하면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반도체ㆍ조선, 환율 하락 영향 없거나 반가워

반도체 산업은 환율 변동과의 연관성이 그리 크지 않다. 환율보다는 국제적인 반도체 경기의 영향이 더 크고, 우리가 상대적으로 국제적 독점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 등 전자제품의 경우도 생산기지를 미국 등 해외에 두고 있으므로 환율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조선업 수주 전망은 긍정적이다. 통상 국내 조선사는 수주 협상을 할 때 원화 선가를 기준으로 해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선가가 오른다. 이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선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늘려왔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로 수주 계약이 당겨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의 수입 비중이 큰 철강업도 원화 강세로 수혜를 입는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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