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공수처법, 상식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낙연 "공수처는 숙제…개선 불가피하다 생각"
박 의장 주문에…여야, 쟁점 법안 합의 진행할 듯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를 향해 다시 한번 협치를 강조했다. 여야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법 개정안 등을 두고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박 의장의 주문에 한발 물러섰다. 여야는 9일 본회의 전까지 쟁점 법안에 대해 합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 의장은 4일 오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같은 배를 탄 풍우동주(風雨同舟)의 입장"이라며 "통 큰 합의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의장이 당부한 통 큰 협의는 얼마 남지 않은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는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편 법안과 공정경제 3법을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말라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점을 칭찬하며 "국회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두 분께서는 경륜이나 역량, 혜안을 가지신 분들"이라며 "어려움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공수처법을 겨냥해 "과연 상식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이라는 게 어느 한 정당이 장기적으로 집권한다고 전제할 수 없다"며 "정권 한계라는 걸 인식하고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에 "좋은 충고 해줘서 감사하다"면서도 "변화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길게 보면 24년 동안 우리 숙제였다"며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박 의장 주재로 쟁점 법안에 대한 양당의 합의가 일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현안에 관해 광범위하게 솔직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공수처법과 관련해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이른 시일 내에 정치력을 발휘해 합의해줄 수 있도록 최대한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하라"고 얘기했다.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선 "다음 주에 양당 정책의장, 원내수석부대표, 필요하다면 해당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이 모여서 회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양당은 큰 틀에서 합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과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선 의장과 양당대표가 의견을 모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공수처법에 대해선 양당 대표가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원내대표 차원에서 합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