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주 가뭄을 겪은 조선업계가 연말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한 달 사이 조선 3사가 6조 원 이상의 수주 성과를 기록했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 일주일간 약 6000억 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최근 한 달 사이 수주금액은 6조 원 이상이다.
3일 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1000억 원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을 수주했으며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척을 2820억 원에 수주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2062억 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조선 3사의 대형 수주가 두드러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3일 2조8000억 원 규모의 선박 블록과 기자재 공급계약을 맺어 ‘잭팟’을 터뜨렸다. 한국조선해양은 9857억 원 상당의 VLCC 10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컨테이너선 6척, 7226억 원을 수주했다.
연말 뒷심을 발휘하면서 조선 3사는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을 달성하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수주액 110억 달러 중 65억6000만 달러를 수주해 약 59.6%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84억 달러의 약 48.7%에 해당하는 40억 달러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72억1000만 달러 중 40억6000만 달러 상당을 수주해 목표 대비 약 56.3%를 달성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9월까지 조선 3사의 수주액은 연간 목표치의 30%를 넘지 못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9월 누계 기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97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2003만CG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주가 부진해 수주잔량이 줄어들던 상황에서 일감을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 한국 조선업 전체 수주잔량은 약 1.5년 치 일감에 불과해 단기적으로 일감 부족이 우려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업황이 침체해 있다 보니 최대한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막판 스퍼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목표 수주액 달성률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조선업은 고정비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운영 지속을 위해 수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수주 계약 중 옵션이 포함된 계약들이 있어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조선 3사가 62억 달러 상당의 건조의향서(LOI)ㆍ옵션 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