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후 위기는 곧 경제위기

입력 2020-12-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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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자본시장부장

인류 역사는 늘 걱정과 함께했다. 그중 하나가 핵겨울(nuclear winter)이다. 1983년 12월 23일, 학술지 ‘사이언스’.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던 칼 세이건과 그의 제자 오언 툰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교수 등 5명의 과학자가 쓴 논문이 실렸다. 핵전쟁이 터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핵겨울’이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논문이 가져다준 충격은 컸다. 당시 논문은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980년대 미국과 옛 소련이 갖고 있던 1만7000개의 핵무기는 1만2000 Mt(메가톤)급 파괴력이 있었다. 폭발로 발생한 먼지와 재는 1~2주 안에 성층권으로 올라가 햇빛을 막는다. 결국, 지표면의 온도는 영하 15~25도까지 떨어지고 여름은 사라진다는 얘기다. 다행히 인류는 지금까지 핵전쟁을 피했고, 핵겨울도 없었다.

추위 걱정은 덜하지만, 더위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국제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2050년 전 세계 3억 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매년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 얘기가 아니다. 10년 뒤 우리나라 국토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덥고 추운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경제 질서를 파괴하고 인류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데 있다. 2100년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국내총생산(GDP) 산출량 손실이 10~30%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GDP로 산출한 경제 규모만 줄이는 것이 아니다. 기후 위기를 감당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쓸 수밖에 없어서 세계 각국의 재정 위기 가능성도 커진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과 같은 국제기구는 ‘그린스완(green swan)’을 경고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런 피해가 보험ㆍ대출ㆍ투자 등 금융 기관에 쌓이면 금융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평가) 모형’ 테스트에서 금융권이 기후변화에 대해 대응하지 못한다면 2028년 국내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최저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문제에서는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 몸의 질병을 치료할 때 예방이 최선이고, 증세가 악화한 후 치료에 나서는 것은 최악이다.

한 번 지나간 버스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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