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 판단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단의 점검 결과가 나왔다. 재판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회계사)과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7일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들었다. 정식 공판인 만큼 피고인인 이 부회장도 법정에 출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심리위원단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했다.
홍 회계사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한 반면 김 변호사는 긍정적 변화라고 반박했다. 다만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유보적인 결론을 내렸다.
홍 회계사는 16개 항목으로 구분해 준법감시위의 활동을 평가한 결과 13개 항목에서 '상당히 미흡', 3개 항목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준법감시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는 "삼성도 경영권 승계 관련해 모니터링(감시)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데 준법감시위는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하지 않았다"며 "준법감시위가 확대 개편된 지 10개월이 지난 시점인데 전체 인원 등을 고려하면 핵심적 모니터링 공백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의혹 제기도 아니고 검찰이 기소했는데 최고경영자의 법률 위반 리스크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며 "다른 임직원에 적용된 동일한 프로세스인 사실관계 확인, 인사 조치, 검토, 대책 수립 등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가 관계사에 조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준법감시위 탈퇴는 단독 서면으로도 가능한데 관계사 추가는 7개사가 동의해야만 하고, 예산 배정 중단이나 사무국 보직 전환 등도 막을 수 없는 점들은 준법감시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은 근본적인 구조 변화의 하나로, 진일보임이 틀림없다"며 "최고경영진에 특화한 준법감시 체계로 준법 의지를 강화하거나 유지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준법감시위는 외부 조직이지만 준법감시 활동에 있어서 이사회나 감사회의 권한을 능가하는 독특하고 유례없는 곳"이라며 "위원장과 위원들은 책임 의식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고, 최고경영진이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 입장에서 준법감시 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 강제성이 없어 위원회의 감시를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은 한계라고 볼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공표하거나 위원들 총 사표로 최고경영진의 신용이 훼손되고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며 "상당히 높은 삼성 내부의 준법 의식과도 충돌되고 이는 내부 경영진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재판관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전문위원) 세 사람 사이에 다소 표현상 차이가 있어서 점검 결과를 각자 보고서로 작성했다"며 "준법감시 조직이 강화된 면이 있지만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정리하고 선제적 예방 활동을 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삼성 합병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 등 관련해서는 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것을 보면 관계사 내부 조직에 의한 준법감시는 아직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일정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의 지속가능성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변화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 부분을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