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란드와 헝가리가 EU의 장기 예산안 및 유럽회복기금을 ‘법치 존중’ 문제와 연계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후 한 보수계 잡지는 ‘EU에 고한다.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강렬한 제목을 내걸었다. 이 매체는 법치 존중 문제와 연계하는 대립과 EU 측의 자의적인 권한 확대, 가맹국을 비판하려는 자세를 폴렉시트의 검토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EU가 폴란드에 LGBT(성 소수자) 사상을 강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이 자국의 전통적인 가톨릭 문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국민의 80% 이상이 잔류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폴란드가 당장 EU를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야당 측은 현 정부가 EU와의 충돌과 비난을 거듭하면서 여론이 돌아서고, 머지않아 영국과 같은 EU 탈퇴의 길을 걷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측도 딱히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EU를 “우리에게 거의 중요성이 없는 상상의 공동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자금 배분과 법치 존중을 연계시키는 일은 EU의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국과 폴란드의 안보 및 경제를 둘러싼 환경에 두드러진 차이가 있는 만큼 양국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나 영국은 EU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폴란드보다 훨씬 강한 국가였다. 영국 서식스 대학의 알렉스 저비액 정치학 교수는 “영국에서는 정치 엘리트가 아무도 (EU의 회원국인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시기에서부터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으려는 국민이 여론조사에서 꽤 나타났다”면서 양국의 여론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폴렉시트 계획에) 동참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