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국가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 개별 글로벌 제약회사와 협상을 통해 확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총 4400만 명분이다. 임상시험 미실시로 접종이 어려운 소아·청소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접종 가능한 물량이다. 정부는 2월부터 단계적으로 백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접종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시험을 거쳤다고는 하나 백신의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건 아니어서다.
◇왜 아스트라제네카?=글로벌 제약사 중 우리 정부의 1순위 협상 대상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였다. 8일 발표에 앞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이미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 중 부작용이 확인돼 시험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1순위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택한 결정적인 배경은 생산·보관의 용이성이다. 평균 면역 효과는 70%(3상 중간결과)로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비해 낮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위탁생산으로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화이자(-70℃), 모더나(-20℃)와 달리 일반적인 냉장온도(2~8℃)에서 반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부작용은 다른 백신보다 심각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에 참여한 남재환 가톨릭대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도입계획 브리핑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위험하지 않다”며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나온 부작용이 그렇게 심각한 부작용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더나나 화이자의 백신들도 이미 부작용이 공개된 상태”라며 “따라서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구매한 것은 전략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접종 시기는 미정=코백스 퍼실리티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으로부터 선구매한 백신은 내년 2월부터 국내에 도입된다. 올해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영국, 미국보단 늦다.
이와 관련해 이환종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확진자가 급증한) 유럽이나 미국처럼 효과나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것을 급하게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영국이 오늘부터, 미국도 올해 (접종을) 시작하지만 실제 그 양이 많지가 않고 대부분의 국민은 내년에 접종하는데, 우리도 내년 상반기부터 접종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에 대해선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같은 이유로 백신이 도입된다고 해도 즉시 접종은 어렵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단 물량은 조기에 확보하더라도 접종은 좀 신중하자는 것이 기본전략”이라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접종을 강행할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우리가 안정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해서 대처하고 있고, 따라서 아직 위험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서둘러 접종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그다지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백신마다 어느 계층에 어느 특성을 가진 대상들에게 좀 더 효과가 높은지, 안정성이 높은지 검토하고, 실제 외국에서 2~3개월 정도 접종하고 난 뒤에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그 뒤에 우리 국민에 접종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실제 접종은 내년 2분기(4~6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사전준비를 위해 질병관리청에 백신 도입·접종을 위한 전담조직으로 가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을 구축한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실제 접종을 위해서는 훨씬 더 철저한 준비가 바로 필요하다”며 “방역대책본부에서도 안전, 정확, 신속성을 최우선으로 대비하고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