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전랑’이 된 중국…대응 방법은?

입력 2020-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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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중국에서 흥행에 대성공한 ‘전랑(戰狼·늑대 전사)’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특수부대를 가리키는 ‘전랑’이라는 단어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군사력 발전을 무기로 공세적이고 노골적이며 강경한 발언을 일삼는 중국 외교관을 칭하는 단어가 됐다.

대표적 전랑 외교관으로 꼽히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살펴보면 중국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거침이 없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자오리젠은 3월 ‘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중국 우한에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주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격분케 했다.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하면서 중국에 대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책임론을 시작한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자오리젠이다.

자오는 최근에는 미국과 그 핵심 동맹 5개국,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를 가리켜 “중국의 주권을 해치면 눈이 찔려 멀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외교관으로서는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뱉었다.

전랑이 된 것은 외교관만이 아니다. 사실 중국 전체가 위아래를 막론하고 민족주의에 함몰돼 미쳐 날뛰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한 호주에 대해 올해 쉴 새 없이 보복하고 있다. 와인과 보리, 목재 등 7개 품목에 대해 금수 조치를 취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달 말에는 호주산 와인에 20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10월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받으면서 “양국이 함께 시련을 겪었다”고 말하자 북한의 침략을 도운 중국군을 추모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로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전 세계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쟁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경제가 쑥대밭이 돼 많은 사람의 생계가 끊길 위기에 처한 올해, 중국의 늑대 같은 행동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인도와의 국경 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강화, 호주에 대한 보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렇게 늑대처럼 날뛰는 중국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올해 수출시장 점유율이 20%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미국도 중국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의 강경책에도 중국이 실질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신호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10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약 314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인권과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이처럼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이 늑대 본성을 여실히 드러낸 지금,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 대안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대중국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고립을 자초하면서 대중국 견제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은 일단 방향은 옳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부상과 그에 따른 강한 자신감, 지나친 민족주의, 소수민족 탄압, 타국에 대한 강압적 태도는 바로 나치 독일의 특징과도 같았다. 미국 등 전 세계는 중국이 ‘제2의 나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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