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HMR' 밀키트, 2000억 시장으로 커졌다

입력 2020-12-10 15:04 수정 2020-12-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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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000억 원 규모 성장 전망…유통ㆍ식품사 이어 호텔까지 속속 진출

시장이 형성된지 3~4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올해 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2배인 2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4년 뒤인 2024년엔 7000억 원까지 커진다. 이 전망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내놓은 추정치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넥스트 HMR'로 불리는 '밀키트' 얘기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HMR(가정간편식)의 범주에 속하지만 식재료 고급화를 통한 프리미엄이 밀키트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흔히 알고 있는 HMR인 즉석밥의 경우 '레디 투 힛(ready to hit)' 개념으로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인 데 비해 밀키트는 단순히 데워 먹는 수준을 넘어 보다 신선한 재료를 직접 조리해 먹는 '레디 투 쿡(ready to cook)'이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밀키트는 '귀찮게 요리는 하기 싫지만 조리는 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건강한 재료를 찾는 프리미엄 수요를 노린' 제품인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이 밀키트 시장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외출이 줄면서 집밥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직접 조리하지 못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는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나아가 호텔까지 전 유통업계의 시선이 밀키트 시장으로 쏠리는 이유다.

국내 밀키트 시장을 선도한 업체는 중소기업인 '프레시지'다. 2016년 정중교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까지 총 13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2018 년 218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10억 원으로 치솟았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올해 우리 회사 매출이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올해 4월 경기도 용인에 700억 원 규모의 전문공장을 설립해 가동을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식품MD 이야기를 다룬 웹드라마 '밀키드'에 나온 제품을 실제로 출시하는 등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자체 브랜드 생산은 물론 주요 식품 유통 대기업의 밀키트 제품 상당수를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국내 밀키트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급속한 성장세에 밀키트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오려는 대기업의 공세도 거세다. 후발주자로 평가됐던 GS리테일(심플리쿡)과 한국야쿠르트(잇츠온)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식품사, 나아가 호텔까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및 연말 홈파티를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24일 ‘그레이터 오마하 티본스테이크 밀키트‘를 출시한다. 롯데백화점은 10월부터 홈파티족을 겨냥한 스테이크 밀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레이터 오마하’는 1920년 설립된 미국 프리미엄 소고기 생산업체로, 2017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우수상품행사에 소고기 생산회사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백악관 소고기’로 유명하다.

티본스테이크는 안심과 등심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고급 부위로 꼽힌다. 이번에 출시하는 밀키트 가격은 3만9900원이다. 미국산 티본스테이크 560g, 소용량 올리브오일, 스테이크 시즈닝, 레드와인 소스가 포함돼 구성에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는 숙박 이외의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밀키트 판매다.

(사진제공=이마트)
(사진제공=이마트)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은 간편가정식 밀키트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 이 쓱닷컴에서 출시한지 100여 일 만에 판매량 10만 개를 기록하자 판매처를 쓱닷컴 새벽배송에서 전국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했다.

연말 뷔페 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밀키트에 대한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자 판로를 확대하며 매출 확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신세계조선호텔은 프리미엄형 간편가정식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리테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프리미엄 볶음밥 3종((XO 새우 볶음밥, 광동식 돼지고기볶음밥, 삼선볶음밥)과 중화 대표 요리 밀키트 짜장과 짬뽕 외에도 추가적으로 이베리코 목살 김치볶음밥, 스파이시 타이 해산물 볶음밥 등 간편가정식 상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식품공룡'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비비고'와 '고메' 등으로 간편식 시장을 장악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프리미엄 밀키트 '쿡킷(COOKIT)'을 출시하며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쿡킷은 '전문 셰프의 요리키트'라는 콘셉트로 신선한 식재료와 전문점 수준의 레시피를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쿡킷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올들어 11월까지 쿡킷 매출은 월평균 20% 증가했으며 하반기 매출만 따지면 전년 동기 대비 2.9배 늘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쿡킷’의 신메뉴 4종(△스파이시 보일링랍스터&쉬림프 △단호박크림파스타 △수비드 닭가슴살스테이크와 크림리조또 △양갈비스테이크)을 출시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수요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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