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의 미래토크] 순환경제 시대의 구독경제 성공전략

입력 2020-12-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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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2020년이 코로나19의 해였다면, 2021년은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의 해가 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될 조 바이든이 그린뉴딜을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며, 기후위기가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시베리아 일부 지역의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이 실종되었는데, 내년에 기후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고 후년엔 그보다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순환경제에 대한 정부 정책도 강화될 것이다.

순환경제란 단순히 자원 재활용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설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제품의 생애주기를 자원-생산-소비-폐기에서 자원-생산-활용-중고활용-자원의 순환구조로 전환한다. 자원의 순환은 미세 플라스틱 저감에서 에너지 효율성 제고까지, 인간의 건강에서 지구 생태계 보호까지 추구한다. 순환경제는 작게는 라벨 없는 페트병, 비닐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종이 박스에서 크게는 중고시장 활성화 및 부품 중고시장의 대중화를 포함한다. 순환경제는 내구제 상품의 경우, 그 생애주기를 연장함으로써 제조업에 파괴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조업의 전 세계적 유휴생산력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 세계 약 4800만 대 이상인 유휴생산력의 지속적 증가와 순환경제의 강화는 제조업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할 것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주장은 환경오염과 기후온난화가 외부 불경제, 즉 그 비용을 자연이 부담하거나 혹은 다른 국가에 전가하는 경우에만 유효했다. 그런데 이제 환경오염과 기후온난화가 직접 국내총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는 악덕은 아니라 하더라도 미덕이 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순환경제 체계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나 백색가전 산업 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히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구독경제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한 기간만큼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 패턴의 하나다. 구독경제에서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상품 사용 전생애주기 동안 통합된다. 가트너는 2023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75%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구제 상품에 대해 구독경제 모델을 택하게 되면, 한 번 팔고 잊는 것이 아니라 상품 사용의 전생애주기 동안 소비자와 관계를 갖게 된다. 구독경제는 순환경제와 글로벌 차원의 유휴생산력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구독경제에 성공하려는 기업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정보 복잡성을 줄이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한편으로 정보 복잡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복잡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능형 검색엔진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정보 복잡성을 줄여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한다. 구독경제 모델은 사용자 경험의 전 과정에서 정보 복잡성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보 복잡성을 제거함으로써 고객이 불필요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구독경제의 개인화를 추구해야 한다.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이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을 해야 한다. 고객이 구독경제의 프로슈머가 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서비스의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을 하면서도 추가적 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와 경쟁하고 협력해야 한다. 기업은 구독경제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기업이 성공적으로 구독경제를 누릴 수는 없다. 플랫폼 기업과 구독경제가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패턴이 등장할 수 있고, 이는 중소기업에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순환경제가 뉴노멀이다. 뉴노멀에서 구독경제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기업은 소비를 촉진하는 전략에서, 상품 사용의 전생애주기 동안 고객 경험을 공유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지배하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길이며, 유휴생산력 과잉의 세계에서 생존하는 길이며, 생태환경과 공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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