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슈미트’로 유명해진 알렉산더 페인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그해 온갖 상을 휩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와인이 소재이지만 와인은 그저 거들 뿐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 중년에 이른 두 남자가 옆길(side way)로 빠지면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삶의 페이소스를 숙성된 와인처럼 진하게 전해 준다.
이혼의 아픔을 와인으로 달래며 언젠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길 기대하는 조그만 중학교의 영어교사 마일즈(폴 지아마티). 그는 단짝친구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총각파티를 겸한 와인투어에 동행한다. 가능한 최고의 와인을 많이 맛보고 싶어하는 마일즈와 가능한 많은 여자들과 마지막 불꽃을 태워 보려는 잭과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마일즈는 여행 중 재회한 친구 마야(버지니아 매드슨)의 따뜻한 배려도 시큰둥하다. 바람둥이 잭은 우연히 만난 마야의 친구 스테파니(사라 오)와 정념을 불태우다 그만 조만간 새신랑이 된다는 사실이 발각돼 죽지 않을 만큼 얻어터진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다.
여행 중에도 잊지 않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출판 여부를 물어보지만 결국 최종 거절을 당한 마일즈는 망연자실 낙담한다. 절망을 위로하기 위해 평소 아끼고 아끼던 ‘1961년산 슈발블랑’을 맛없는 햄버거를 안주 삼아 들이켜는 곳이 동네 패스트푸드점이란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마일즈를 마야는 포도를 더욱더 농익게 만드는 풍요로운 햇살과 따뜻한 바람처럼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위로한다.
“와인은 살아있는 거나 다름없어요.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오묘한 맛을 내니까요. 와인이 절정에 이르면, 마치 우리가 노인이 되는 것처럼, 맛은 서서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울기 시작하죠. 그럴 때, 그 맛이란,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워요.” 나이 듦에 용기를 주는 말 같아서 위로가 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쌉쌀하지만 달콤한 인생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석양 빛깔을 닮은 작품이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