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디지털 테크기업으로 변해야 산다" 유통ㆍ식품기업에 떨어진 특명

입력 2020-12-14 08:20 수정 2020-12-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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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무인점포ㆍ온오프라인 통합 매장 변신 안간힘…식품 외식업, 배달로봇ㆍ로봇바리스타 등 로봇 활용 활발

▲이마트의 EOS 청계천점의 픽업서비스 '픽셀'. 모바일로 주문 후 2시간 뒤 상품을 찾으러 오면 매장 내부에 설치된 로봇이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한다. (김혜지 기자 heyji@)
▲이마트의 EOS 청계천점의 픽업서비스 '픽셀'. 모바일로 주문 후 2시간 뒤 상품을 찾으러 오면 매장 내부에 설치된 로봇이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한다. (김혜지 기자 heyji@)

#12일 오후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지하1층 매장형 물류센터 ‘EOS(Emart Online Store)’ 로비. 한 젊은 남성이 노란색 카트를 끌고 무인 계산대 앞에 섰다. 그의 머리 위로는 매장 천장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 위로 물품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매장 안쪽으로는 직원들이 '쓱닷컴'을 통해 배송나갈 물건을 분주히 분류하거나 나르는 모습이 보였다. 로비 오른편 무인 계산대에는 보안요원 한명이 있을뿐 캐셔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남성은 계산대에 과자, 맥주, 조미료 등 장 본 물건을 쏟아내더니 직접 일일이 바코드에 찍고 스스로 결제를 마친 후 유유히 로비를 빠져나갔다.

#5일 도미노피자는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내 매장에서 드론 ‘도미 에어’와 자율주행 로봇 ‘도미 런’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드론과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한 배달서비스는 피자업계 최초다. 도미노피자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 드론 ‘도미 에어’가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근처 매장과 수령 장소를 인식해 보온박스로 배달한다. 도미노피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한강공원, 해수욕장 등을 대상으로 배달 지역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도미노피자 드론 배달 서비스 (사진제공=도미노피자)
▲도미노피자 드론 배달 서비스 (사진제공=도미노피자)

로봇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고, 드론이 배달해준 피자를 먹고, 물류센터와 대형마트를 합쳐놓은 매장에서 쇼핑하고 무인 계산대에서 직접 계산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면서 소비 패러다임이 이커머스로 넘어가자 위기에 빠진 전통 유통 및 식품 소비재 기업들은 디지털화를 통해 테크 기업으로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통기업은 4차산업혁명의 최신 기술을 도입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리테일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식품 외식기업은 식품의 생산부터 가공, 서비스, 배달까지 첨단 ICT기술을 접목해 로봇 셰프, 로봇 바리스타, 서빙 로봇 등을 활용한 푸드테크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온오프라인 융합ㆍ무인 점포 도입하는 유통업
이마트 청계천점 지하 1층에 5123㎡ 규모의 매장형 물류센터 ‘EOS’는 올해 초 문을 연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이마트지만, 운영은 쓱닷컴이 한다. 매장 상단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에서 상품 분류 및 배송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반경 20km내 고객이 쓱닷컴으로 주문배송을 하면 2시간 내 배송해준다. 보통 매장에서처럼 쇼핑도 가능하다. 픽업서비스 ‘픽셀’도 있다. 모바일로 주문 후 2시간 뒤 상품을 찾으러 오면 로봇이 고객에게 전달한다. 배송경쟁이 치열해진 온라인 시대에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상품 판매공간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온오프라인 융합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편의점도 무인점포 도입에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점포가 작고 취급 물건이 상대적으로 적어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2017년 세븐일레븐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정맥 인식기에 손바닥을 대야만 입장할 수 있고, 물건별로 달린 전자가격표에 QR코드로 상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계산은 ‘360도 자동스캔 계산대’가 도맡는다. 이후 이마트24의 ‘이마트24@Self’, BGF리테일의 ‘CU Buy-Self’ 등으로 무인점포 기술이 확산하고 있다.

◇로봇기술 적용 활발한 식품ㆍ외식업

테크 접목이 특히 활발한 분야는 외식업계다. 제너시스 비비큐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프리미엄 매장을 열며 '푸드봇'을 도입했다. 34개 좌석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PC로 주문을 하면 3단 트레이가 설치된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준다. 여기에 송파구 아파트 단지에 배달 나갈 수 있는 전기차 '트위치'도 운영한다.

▲대학가에 입점함 달콤커피 로봇 카페 '비트' (사진제공=달콤커피)
▲대학가에 입점함 달콤커피 로봇 카페 '비트' (사진제공=달콤커피)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타주는 곳도 있다. 달콤커피의 로봇 카페 ‘비트’에서는 고객 기호에 맞는 47가지 음료를 제조하고, 시간당 120잔의 음료를 만든다. 인천공항에 처음 등장한 '비트'는 최근 대학가, 복합쇼핑몰, 휴게소까지 진출하며 올해 100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로봇은 운행범위가 최근 확대됐다. 기존에는 서울 건국대 캠퍼스, 수원 광교 앨리웨이 사유지 내 한정된 곳에서만 배달할 수 있었지만, 과기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대상에 선정되면서 횡단보도, 공원 등에서 2년 동안 배달 로봇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배달의민족의 배달 로봇 '딜리' (사진제공=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의 배달 로봇 '딜리' (사진제공=배달의민족)
배민은 내년 상반기 중 '딜리드라이브'를 통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문 앞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실제 '딜리드라이브'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딜리'는 앞서 경기도 광교 앨리웨이에서 시범운영됐다.

매장 내 안전을 위한 로봇 활용 시도도 있다.

롯데GRS는 10월 롯데리아 잠실 캐슬프라점에서 '웨어러블 로봇' 도입해 영업 현장에서 실제로 직원들이 테스트를 진행했다. 착용하면 최대 16㎏ 짐도 거뜬히 들 수 있는 비동력 방식의 인체공학적 로봇이다. 원재료 배송 하차 작업을 줄여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자의 부상·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KFC는 현대로보틱스와 MOU를 맺고 매장 내에서 치킨을 제조할때 로봇기술을 상용화해 주방기기 위험 요소로부터 근무자 노출은 최소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공동 개발 로봇은 치킨 염지부터 브레딩, 쿠킹 등 전 조리 과정에 적용한다. KFC 관계자는 "매장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푸드테크 도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션ㆍ뷰티업계 ARㆍVR 기술 통한 가상매장 운영

그런가 하면 패션 뷰티 업계는 ARㆍVR 기술로 실제 매장을 통째로 모바일로 옮겼다. 코오롱FnC의 '럭키마르쉐'는 360도 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매장 '럭키고 스마일 마켓'은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있는 럭키 마르쉐 매장을 구현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도 가상현실(VR) 서비스인 'VR스토어뷰'를 통해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 클릭 한번으로 플래그십 매장의 층별 진열 상품들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명동본점과 강남본점, 서울대입구중앙점 3곳의 매장에서 테스트 중이며 향후 다른 매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폴스미스(신세계 본점 매장), 어그(신세계 광주점 매장), 리스(신세계 강남점 매장), 맨온더분(신세계 강남점 매장) 등 4개 브랜드에 대해 3D 공간 스캐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매장을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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