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영토확장, 로봇 중심 新 밸류체인 구축

입력 2020-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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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UAM 이어 세 번째 신사업…로보틱스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이 앞서 공언했던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2018년 정 회장은 "향후 자동차(50%)와 개인 비행체(30%), 로보틱스(20%)가 그룹의 3대 사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건설(故 정주영 회장)과 자동차(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정의선 시대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 지배지분(약 11억 달러) 인수는 3대 미래 전략을 위한 출발점으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지분 80%를 인수한다고 11일 밝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10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정 회장의 개인 지분이 소프트뱅크 보유분(20%)과 동일하다는 데 의미가 크다. 그만큼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완성차 시장 세계 5위권의 양산능력을 기반으로 주요 부품과 모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간의 밸류 체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분야에서도 그룹 차원의 신(新) 밸류체인(가치사슬) 형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추진한다.

특히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전동화 차량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다. 나아가 물류와 운송, 서비스 사업에서도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분야에서 시너지 기대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종합적인 인지ㆍ판단ㆍ제어 기능이 요구되는 자율주행차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ㆍ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을 통해 주변 환경 및 보행자, 다른 차량 등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를 넘어 로보틱스 기술 관련 전 부문에서도 기술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이미 로봇ㆍ인공지능(AI) 분야를 핵심 미래혁신 성장 분야로 선정했다.

현대ㆍ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 전담팀을 신설했고, 현대ㆍ기아차연구개발본부로 이동시키면서 연구개발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로보틱스팀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하며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로봇 제어 등에 특히 강점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이 어우러지면 그룹 차원에서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향후 인공지능 분야 협업의 성과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및 로보틱스랩의 로봇 기술 등의 분야에서 그룹 차원의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8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자동차에 이어 개인 비행체와 로보틱스 사업이 향후 그룹의 3대 사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8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자동차에 이어 개인 비행체와 로보틱스 사업이 향후 그룹의 3대 사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진제공=현대차)

◇로봇산업 앞세워 우주산업 진출 가능성 열어

무엇보다 로봇 기술은 우주 산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주 산업은 우주선ㆍ인공위성 제작, 발사 터미널 및 통신 장비와 같은 특수 장비 제조, 발사체 제작 및 발사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위험성이나 작업의 정밀함 등을 이유로 로봇 활용의 필요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6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진행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유인탐사선 ‘스타십(Starship)’ 프로토타입(시제품)의 연료 탱크 폭발 테스트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사람에 앞서 안전점검을 수행한 바 있다.

달ㆍ화성 등의 탐사에서도 로봇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넛(Robonaut)’과 ‘발키리(Valkyrie)’ 등을 개발해 우주 정거장과 화성 탐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초기 그룹 내 로봇 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 가격 경쟁력 제고 등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우선적으로 국내외 다수의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공장과 물류센터에 로봇을 배치함으로써 로봇 수요를 확대하고 로봇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지분 80%를 확보한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 역시 이 가운데 25%의 개인 지분을 확보했다. 전체 지분으로 환산하면 소프트뱅크 보유지분(20%)과 동일한 수준이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지분 80%를 확보한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 역시 이 가운데 25%의 개인 지분을 확보했다. 전체 지분으로 환산하면 소프트뱅크 보유지분(20%)과 동일한 수준이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모비스와 글로비스, 로보틱스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 로봇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ㆍ운송 과정에서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 운영비용 절감과 생산 시간 단축 등도 도모할 수 있다. 라스트마일 로봇 모빌리티가 개발되면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 영역인 AS 부품 공급에서도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는 로보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단기 급성장이 예상되는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장기적으로 로보틱스 분야 종합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 의료, 배송, 개인용 서비스, 스마트 팩토리 등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로봇의 제어, 관리, 정비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의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가속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 영역에서 높은 시너지 창출하고, 그룹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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