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3단계 되면 더 줄겠죠"…개업보다 폐업 많아진 위기의 자영업자들

입력 2020-12-13 16:04 수정 2020-12-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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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낮 영등포구 식당가 거리의 모습 (박미선 기자 only@)
▲13일 낮 영등포구 식당가 거리의 모습 (박미선 기자 only@)

“방역을 생각하면 거리두기 3단계가 필요한데, 그마나 있는 손님마저 사라질까 두려워요.”

연이틀 역대 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주말,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불안해 하면서도 ‘나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지만, 올해 제대로 장사를 해 본지가 언제인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13일 일요일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 거리는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한산했다. 금요일인 11일 950명이라는 역대 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12일에는 1030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식당이 즐비한 거리에는 사람의 왕래가 드물었고, 옷가게나 미용실 등 상점에는 주인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동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이날 낮 1시경 기자가 방문했을 때까지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손님 없는 가게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 씨는 “어제 오늘 손님이 하나도 없다. 점심 도시락을 싸왔는데 이걸 먹고 들어가야 하나, 그냥 집에 가지고 가서 먹어야 하나 계속 고민 중”이라며 “사실 장사가 안 되는 건 코로나19 이후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거리두기 2.5단계부터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제 확진자가 1000명이 넘게 나오니까 나도 좀 불안하다. 장사가 어려운 것도 힘들지만, 불안한 마음도 크다”며 “3단계로 얼른 높여서 그냥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게 오히려 나을 거 같다. 어차피 장사가 안 되니 나와 있으면 전기세만 나가니까 그냥 아예 다 같이 쉬고 빨리 정상화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격상으로 테이크아웃만 가능해진 카페는 물론, 기존 테이크아웃 전문점 카페도 장사가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박모 씨는 “우리는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매출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에 있는 카페, 음식점, 미용실이 13일 낮 모두 문을 닫은 모습 (박미선 기자 only@)
▲영등포구에 있는 카페, 음식점, 미용실이 13일 낮 모두 문을 닫은 모습 (박미선 기자 only@)

이날 낮 점심시간에 찾은 영등포구의 한 라멘집은 10여 개의 테이블 중 손님은 단 한 명뿐이었다. 사장 백모 씨는 “주말 점심 장사는 코로나19 전보다 절반이 줄었고, 평일 저녁도 평소 대비 70~80%가량 매출이 빠졌다. 그나마 평일 점심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니까 장사가 유지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백 씨는 연이틀 최다 확진자 수가 발생하고 3단계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는 뉴스가 나오자 장사도 건강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방역을 위해서 거리두기 3단계가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그나마 점심때 찾아주던 직장인들마저 발길을 끊을까 걱정"이라며 "집에 어머니도 계신데 가게에 나와있으면서 내가 혹시 확진될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백 씨는 코로나19 이전 가게 이전으로 장사를 몇 달 쉬는 바람에 자영업자 지원금을 못 받아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 그는 “1월 말까지 라멘집을 하다가 가게를 옮기려고 그만뒀는데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오픈을 미뤄 6월 1일 재오픈했다. 그러나 자영업자에게 정부 지원금은 5월 31일까자 영업을 한 자영업자가 지원대상이어서 받을 수 없었다. 그는 "그거라도 받으면 월세라도 부담이 덜했을텐데”라며 연신 아쉬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수록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위기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와 자영업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코로나19 여파로 개업한 점포 수 보다 폐업이 많았던 업종ㆍ업태는 PC방, 당구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이발소, 목욕탕, 유흥주점 등이었다. 특히 PC방은 폐업률이 10%가 넘었고, 당구장ㆍ골프연습장ㆍ노래방 등도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에 비해 3~4배 많았다.

골프연습장도 지난 7개월간 개업(181건)의 3배가 넘는 675건이 폐업했고, 지난해까지 창업자수가 늘었던 방문판매ㆍ일반게임방ㆍ국내외여행 관련 업종도 상황은 비슷했다.

해당 통계는 코로나 2차, 3차 대유행 이전 결과인 만큼 하반기 폐업자 수가 상반기보다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우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1월 이후 코로나19 3차 유행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코로나19 타격을 입었던 업종의 폐업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종간 희비가 더 극명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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