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기술 패권 선순환 전략 이끌 산업ㆍ기술부총리 도입을

입력 2020-1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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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항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한국판 뉴딜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반도체와 기술입니다. 미국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반도체 기술을 앞세워 공룡기업 화웨이를 위기에 내몰았습니다. 기술로 옥죄자 중국조차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기술이 글로벌 기업의 생사를 위협하고, 그 나라의 외교·안보마저 흔드는 세상입니다.

얼마 전 우리 경제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시장에는 호재가 생겼고, 기술 패권에는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지난달 우리 반도체 기술 패권에 위기를 알리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해냈다는 보도였습니다. 우리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기술입니다.

전문가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3년이었던 삼성과 마이크론의 기술격차가 최근 반년으로 좁혀졌다고 평가합니다. 추격의 원동력은 바로 연구·개발(R&D)에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우수한 인력을 흡수했고, 기술력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미국 정부의 지원도 큰 힘이 됐습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습니다.

대한민국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안심하고 있다가는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인수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결국 사람과 기술입니다.

인재 육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판 뉴딜에 기술 패권을 지키려는 비장함을 담아야 합니다. 우리는 기술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피 튀기는 기술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고, 도전하면 할수록 경쟁은 지독해졌습니다. 지독한 경쟁에서 다시 이겼을 때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술 패권의 선순환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기본 공식이었습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타결됐습니다. 큰 시장이 열린 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입니다. 알셉을 기술 패권의 선순환으로 작동시키려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제 정치와 통상 흐름은 물론 기술과 과학까지 모두 고려한 산업 전체의 청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산업·기술·교육·시장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됩니다. 자원도 없고, 국토도 좁은 우리가 기술마저 빼앗긴다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전쟁과도 같은 세계 무역 질서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그에 맞는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30년에 걸친 장기 불황에도 정부 차원의 구조 개혁에 실패했습니다. 일본 기술·산업계도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 글로벌 경쟁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민관 모두 실패한 것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국가경쟁력 최상위권이었던 일본은 이제 20위 중후반 수준인 국가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산업 전반의 대전략을 그릴 수 있는 사령탑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이후 기술 패권 선순환 전략이 나와야 합니다. 산업 재편과 기술 인재 육성에 발 빠르게 대처할 때입니다.

저는 산업·기술 부총리를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산업·기술 부총리가 탄생한다면 기술 패권 다툼에서 우리나라가 승기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그에 맞는 산업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내놨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입니다. 한국판 뉴딜과 4차 산업혁명을 전략적으로 이끌 산업·기술부총리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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