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나흘째 2조 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코스닥은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2700까지 숨 가쁘게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이 작용하는 반면, 코스닥은 900선을 넘은 이후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코스피 종목을 10일부터 나흘간 1조9294억 원(오전 9시 10분 기준)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도 1214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들이 받아내며, 1조990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코스피가 2500을 넘긴 후에 3주 만에 200포인트 상승하며 2700선 돌파의 주역이었다. 화학, 에너지, 조선, 기계, IT에 대한 꾸준한 외국인 매수가 나타났다.
하지만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가파른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는 최근 1~2주 동안 11월 이후 순매수의 상당 부분이 감소했고, 통신과 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주에 대해서는 매도세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방향 전환이 전체 시장의 심리를 돌아서게 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이달 8일부터 6일 연속 순매도했다. 총 1조453억 원어치를 내다 판 것으로 7만1700원을 기점으로 단기 상승 여력이 다했다고 본 것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2월 들어 외국인이 소폭 매도로 전환된 점이나, 기술적 지표의 약세가 관찰되는 점은 주의할 만하다"며 "내년 초의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관련된 리스크(증세 가능성, 기술주 규제 우려, 중국과의 경쟁 구도 양상)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외적인 변수가 외국인의 투자를 주저하게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경기부양책 협상과 통화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부양책 협상 난항(1주일 단기 연기 법안 통과계획), 미국 선거인단 투표(12월 14일), FOMC(12월 16일), 쿼드러플위칭데이(12월 10일) 등은 경계감을 높일 수 있는 이벤트"라며 "내년까지의 상승추세는 유효하겠지만, 이벤트 결과에 따라 단기 횡보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2700 이후 단기 조정 신호가 감지되는 사이, 코스닥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이달 4일 코스닥은 2년 7개월 만에 900선을 넘은 이후 꾸준히 상승세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코스닥에서 228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코스피에서 자금이 이탈하던 나흘 동안에도 798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다만 코스닥이 외국인의 영향이 덜한 점이 코스피와 다른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부양책 결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금융시장의 단기 급상승 등 외국인 관망세의 이유가 된다"며 "코스피가 외국인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코스닥은 국내 자금 영향이 큰 측면이 다소 다른 행보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