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 대책, 더는 밑빠진 독 물붓기 안돼야

입력 2020-12-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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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인구정책의 근간인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해 1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다각적 지원방안이 망라됐다. 그동안 저출산 해소를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없었던 문제를 많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저출산 대책으로 임신·출산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0~1세 영아수당을 매월 지급하고,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가 있는 부모 모두에게 3개월 육아휴직 시 각각 최대 월 300만 원을 지원하며, 건강보험과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도 늘린다. 다자녀 지원 기준도 2자녀로 범위를 넓히고, 다자녀 가구에 전용 임대주택 2만7500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중 다자녀 가구가 된 경우 넓은 평형으로 이주 시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들에 대한 대학 등록금 지원도 늘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내년 36조 원을 비롯해, 2025년까지 19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고령화 대책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관련된 계속고용 지원, 기초연금 확대 등 다층 소득보장 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국민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 3층 보장체계를 보완하고, 취업 지원 패키지와 고용장려금을 지원키로 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과 급속한 고령사회 진전이 대한민국 미래의 최대 재앙으로 떠오른 건 오래전이다. 정부도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2006년부터 세 차례의 종합대책을 내놓고 출산장려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만 줄잡아 200조 원 규모인데도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계속 악화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이하로 떨어졌고, 작년 0.92명에서 올해 0.8명대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인구유지를 위한 최소 출산율은 2.1명이다. 한국 출산율은 이미 세계 꼴찌 수준이다.

암담한 미래다. 초(超)저출산은 고령화와 맞물려 노동인구를 감소시킨다. 젊은 인구가 줄어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로 경제활력을 잃는 ‘늙은 사회’로 간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함께 뒷걸음쳐 저성장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회보장 비용만 급격히 늘고, 국민연금 고갈도 가속화한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충격으로 이어진다.

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 육아가 어려운 사회구조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취업이 안 되니 결혼을 피하고, 자녀 양육·교육 부담에 출산을 꺼린다. 집값과 전셋값 폭등으로 인한 주거불안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의 현금지원에 치우친 출산장려책이 계속 실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청년세대의 일자리 대책과 주거안정이 출산율을 높이는 첩경이다.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 안 되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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