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특례상장의 門](상)-③기술특례 상장제 부실 논란에도 거래소·주관사는 네탓 공방

입력 2020-12-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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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펙사벡 사태로 위기에 몰린 신라젠이 잠시 생명을 연장한 후에도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사건이 터질 때면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으로 책임만 회피하고, 투자자보호 책무를 소홀이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껏 특례상장으로 코스닥 문턱을 넘은 곳은 106개사다. 하지만 매년 영업손실을 내면서도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았다가 임상 실패 발표 직전 보유 주식을 파는 부정 거래에 가까운 행위도 잦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코스닥 특례 상장사(58곳)의 스톡옵션 부여·행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스톡옵션을 행사한 51곳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8곳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이에 대한 유의미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거래소가 ‘한국판 테슬라’로 성장할 만한 기업을 뽑느냐는 것이다. 기술평가에 참여하는 평가기관과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이 공정성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평가기관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평가를 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술평가에서 탈락한 기업이 몇 달 지나지 않아 대규모 기술계약을 맺은 사례도 나온 적이 있다.

국내 대표 바이오 업체 중 한 곳에서 공시 업무를 맡는 한 간부는 “바이오·제약기업 정보가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상장 심사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특히 상장 후에도 역량 있는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하게 공시하도록 거래소나 상장 주간사가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가 끼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018년 금감원이 바이오·제약 상장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작성 기준과 심사를 강화한 데 이어 한국거래소도 특례 상장 심사 관련 기술 평가인력을 확충하고 심사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특례상장기업 잇따른 비리, 허위 공시 등으로 제도와 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일각에선 경쟁자 없는 거래소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고도 말한다. 거래소는 민간기구로 이익을 취하면서 시장 감시 등 공공 권한을 행사하는데, 거래소와 주관사 사이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 모임은 “주주들은 거래소의 기술 특례 상장 기준을 믿고 신라젠에 투자했다”면서 “신라젠의 실질심사는 과거 이 회사의 상장 심사를 진행한 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하고 죄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치기업의 다양화(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성뿐만 아니라 사업성 등 다양한 강점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져야 업종 리스크에 따른 시장의 안정성도 관리할 수 있다”며 “특례상장을 통한 다양한 기업의 시장 진입과 함께 산업특성을 반영한 정보 공시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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