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석열 징계’ 강행한 추미애…왜 정직 택했나

입력 2020-12-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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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또 자리에서 물러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재 명령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1일 복귀한 지 보름 만이다.

이번 징계위 의결은 해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연내 출범할 가능성이 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수사ㆍ기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정직 후 공수처 검사를 동원한 검찰총장 수사 등 소문을 언급하며 "징계위의 인적 구성, 진행 상황을 보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소문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이 징계위 의결에 따라 제청한 내용대로 결정할 전망이다. 검사징계법상 징계는 견책, 감봉, 정직, 면직, 해임 순으로 무거워진다. 검사징계법상 감봉 이상의 징계 집행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게 돼 있다.

징계위 "혐의 중 4가지 인정…징계청구 위법성은 없어"

징계위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사유 중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의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에 관한 협조 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 등은 징계사유가 있으나 징계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돼 불문 결정했다.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관련 감찰 방해 등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

아울러 징계위는 추 장관이 징계청구를 하기 전 감찰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절차적 논란이 징계청구 자체를 위법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위원회가 여러 측면,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걸 생각하고 결론내렸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최소 인원으로 '검찰총장 징계' 심의…"처음부터 결론 정해져"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최종의견 진술을 거부하고 나오면서 "(징계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했다"며 "이미 결론을 내놓고 회의를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이 변호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담당관 진술서가 40~50페이지 정도 나왔다"며 "지난번 감찰기록 녹취록도 오늘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대량의 증거들을 당장 읽고 입장을 내놓으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며 "기록이 오늘 제출됐는데 위원들도 어떻게 봤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변호사 등은 징계위의 일방적인 진행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최종의견 진술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또 윤 총장 측과 징계위는 징계위원 구성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 변호사는 정 위원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이 변호사는 정 위원장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가 이뤄진 뒤 위촉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사를 반영할 인물인 만큼 공정성 우려가 있다며 기피 의사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징계 사유 중 정치적 중립성 관련 예단을 보이는 언급을 해 공정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신 부장에 대해서도 “징계혐의 중 채널A 사건의 관계자로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징계위는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윤 총장 측 신청을 기각했다. 징계위원 7명을 채워달라는 윤 총장 측의 요청도 거부했다.

징계위는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배제되고 민간위원 1명이 불참하면서 10일 5명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의를 시작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기피신청 의결 정족수를 채운 뒤 스스로 회피했다. 정 위원장과 신 부장을 비롯해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등이 윤 총장의 징계를 심의했다.

이후 윤 총장 측은 “검찰청에 있어 검찰총장의 지위의 중요성에 비춰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이 엄격하게 강조돼야 한다”며 7명의 위원을 통한 심리가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단지 재적 과반 출석이란 법조문이 있다고 해서 이를 너무 형식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실질적 의미에 반해 아쉬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징계위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검사징계위원회의 절차에 있어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심점 사라진 검찰…혼란 가속

윤 총장의 징계가 결정되면서 검찰 조직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총장의 임기와 함께 단행된 인사를 비롯해 전·현직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과정에서 검찰을 떠난 인사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추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던 고기영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사표를 냈다.

일부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불신임 가능성 등 이번 사태를 두고 검찰 내부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고위공직자수사처 출범, 검경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검찰이 준비할 게 많은 상황"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사태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어 상당히 위태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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