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특례상장’의 門](상)-④‘AA’ 등급받은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퇴학 위기 ....어떻게 이지경이 됐을까

입력 2020-12-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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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은 기업에겐 이득이 되고 주주에겐 위험을 감내하게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몹쓸 제도다. 기술특례가 없었다면 절대 상장이 불가능했고 그랬다면 주주들의 깊은 근심도 없었을 것이다.”

신라젠 종목게시판에 올라온 한 투자자의 글이다. 한 때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신라젠은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렸고, 바이오벤처 1세대로 불렸던 헬릭스미스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상장 폐지 후보가 됐다. 공모 과정에서 눈에 띄는 기술로 장밋빛 전망을 내세웠던 두 기업은 어떻게 몰락하게 됐을까.

◇신라젠, 1년 뒤로 미뤄진 ‘운명’… 최대주주 변경·펙사벡 효능 입증이 관건=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2015년 10월부터 ‘펙사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허가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이듬해인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항암 후보물질 펙사벡의 임상 성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017년 11월 주가가 15만 원에 달하는 등 한동안 코스닥 시총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의 몰락은 지난해 8월 FDA의 펙사백 임상시험 중단 권고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문은상 전 대표와 경영진들은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실패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 주식을 매도하고 무자본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7년 11월 8조7000억 원에 달했던 신라젠의 시총은 866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11월 3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라젠의 상장 폐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매매거래정지인 상태인 신라젠의 주식은 개선 기간 동안 계속 거래할 수 없고, 내년 11월말로부터 7영업일 안에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일단 상폐 위기는 벗어났지만 향후 거래재개를 위해선 최대주주 변경과 펙사벡의 항암치료제 임상 효능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된 문은상 전 대표는 신라젠 경영권은 내려놓았으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3분기 기준 그는 5.15%(369만637주)를 보유 중이다. 현재 문 전 대표의 지분이 국가에 압류돼 있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을 통한 처분 방식으론 최대주주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신라젠이 내년 거래재개를 위해서는 신주발행을 통해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에도 문 전대표의 지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라젠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여서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지막 종가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신주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결국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도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라젠으로선 개선기간 이내 최대주주 변경을 위해 신주를 매수할 기업 혹은 사람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신라젠이 기사회생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의 기술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신라젠이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 위해서도 펙사벡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야만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 측은 “여러 임상을 통해 펙사벡의 기술력을 입증할 것”이라며 “1년을 채우기전에 조속히 개선계획을 이행하고 그 전에 기심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라젠이 펙사벡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은 당장 자금은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유 자금으로는 임상 진행 중인 신장암과 흑색종 연구에 투입되기도 빠듯하다”며 “거래정지 상황에서는 투자유치도 사실상 불가능해 실제 치료제 개발까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관리종목 위기… ‘유상증자’ 흥행 절실=K바이오의 대표기업으로 꼽혔던 헬릭스미스도 회사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서울대 교수인 김선영 대표가 학내 벤처로 시작해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2위까지 올랐던 K바이오의 대표기업이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실패와 이후 드러난 부실 사모펀드 투자로 이번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헬릭스미스는 2019년 9월 미국에서 엔젠시스 임상3-1a상에 실패한데 이어 최근에는 2016년부터 고위험 자산에 2643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샀다. 2016년 코리아에셋증권, 옵티멈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에 390억 원을 투자했지만 64억원만 회수했고,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채권(DLS)에 투자했던 25억 원에 대해선 전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지난해 헬릭스미스는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약 1082억 원으로 자기자본 1991억원의 54.36%에 달했다. 이에 올해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헬릭스미스는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신주 750만 주를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와 외부 투자자로부터 2861억 원을 추가 조달, 관리 종목 지정 위기를 해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12일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이 1만4150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당초 2861억 원이었던 유증 규모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106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종 확정 발행가액은 구주주청약일(2020년 12월 18일) 이전 3거래일(2020년 12월 15일)에 공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구두 경고까지 받았다.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신약 임상 진행 상황, 낙관적 개발 전망 등의 보도자료를 외부에 뿌린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앞세워 공모시장에 나선 기술특례 상장기업들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본래의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취지와 달리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과 불신만 커져가고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기술특례상장 경로로 이익 미실현기업에 대한 상장 허용 등을 통해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의 시장 진입 증가가 높아졌다”며 “기업의 잠재적 가능성을 기반으로 거래소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기업의 거래소 진입이 용이해질수록 상장기업의 부실화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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