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수입 금지된 '나보타'…대웅제약 '아메리칸드림' 향방은?

입력 2020-12-17 13:57 수정 2020-12-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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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 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지지부진한 싸움이 결국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수입이 21개월간 금지되면서 대웅제약의 글로벌 진출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대웅제약은 ITC 수입금지 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새벽 미국 ITC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대웅제약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나보타 수입 금지와 함께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나보타 유통·판매도 21개월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ITC 행정판사는 올해 7월 6일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나보타에 대해 10년의 수입 금지명령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판결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주장만 수용돼 나보타의 수입금지 기간은 21개월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수입금지 처분 기간이 10년에 이를 경우 나보타의 미국 판매허가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대웅제약)
(사진제공=대웅제약)
나보타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2019년 2월 획득했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손잡고 그해 5월부터 나보타를 미국 시장에 내놨다.

미국은 전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다. 나보타는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침투하면서 지난해에만 445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2018년(125억 원)에 비하면 256% 성장한 규모다. 올해는 800억 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순식간에 대웅제약의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업계는 나보타가 미국에 진출한 지 10년째 되는 2029년 매출액이 최대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2029년 미국 시장점유율도 20%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힘입어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글로벌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2019년 10월에는 미국에 이어 유럽 판매허가를 획득,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주요 시장 2곳의 허가를 모두 따냈다. 또한, 2022년에는 급팽창하는 중국 시장에서 나보타를 시판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당분간 불투명해지면서 대웅제약의 나보타 사업 확대 전략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로 예정한 유럽 출시 시점도 연기된 상태다.

ITC의 최종판결은 60일 이내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의 최종결정 및 조치는 거부권이 통지된 날에 효력을 잃는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지난 33년간 1건에 불과하다.

대웅제약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ITC의 최종판결을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산업보호주의에 기반한 ITC의 결정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ITC가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인정하면서 메디톡스는 국내 민형사 소송도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디톡스와 달리 대웅제약은 다양한 주력 제품을 보유해 장기전을 이어갈 체력은 갖췄다. 그럼에도 매 분기 지속해서 발생하는 소송비용은 수익성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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