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사건’ 20년 옥살이 윤성여 재심서 무죄

입력 2020-12-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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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사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 한 윤성여(53)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988년 8차 사건이 발생한 지 32년 만이다. 재판장은 윤 씨에게 사과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씨가 경찰에서 작성한 진술서와 자백 진술은 불법 체포·감금한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가혹 행위로 얻어진 것으로 적법 절차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정제 부장판사의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이 낭독되자 윤 씨는 20년 옥살이의 한을 푼 듯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부터 재심 청구, 재판 전 과정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 그리고 여러 방청객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불복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결정을 내렸다.

윤 씨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미 예견됐다. 8차 사건을 포함해 30년 넘게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 수원, 청주 일대의 살인사건 14건을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도 이춘재가 진범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과거 윤 씨가 경찰의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ㆍ가혹 행위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사실도 인정됐다. 당시 유죄의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춘재는 지난달 2일 윤 씨의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8차 사건 등 화성·청주에서 발생한 총 14건은 내가 진범”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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