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희의 뉴스카트] '방역'과 '경제', 딜레마에 빠진 정부

입력 2020-1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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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역’과 ‘경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을 망설이고 있다. 앞서 8~9월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2·2.5단계의 후폭풍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식당은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노래방, 스크린골프장 등은 사실상 영업이 중단되며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극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며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올 상반기만해도 한국은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발빠르게 확진자의 동선 공개하고 밀접접촉자들의 검사를 독려하고 사회적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등을 통해 팬데믹 초반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산에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늦은 여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할 때만해도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 우수성을 의심치 않았다.

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에게서도 “거리두기 2.5단계로 당장은 먹거리가 팍팍해지겠지만 확산속도를 낮춘다면 다시 재기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이 엿보였다. 어느 순간부턴가 정부는 더이상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하지 않는다. 아니 자랑한다고 해도 믿을 이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정부에 신뢰를 보내던 자영업자들도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한 결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에 망연자실했다. 정부는 올초 ‘착한 임대인 운동’을 통해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건물주에게 세액을 공제해줬다. 다분히 소극적인 조치다. 정부가 사실상 건물주에게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라고 떠넘긴 꼴이다.

그러나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던 해외의 행보는 달랐다. 캐나다는 지난 4월부터 수입의 70%가 감소하면 임대료를 최고 65%까지 정부가 지원했고 문을 닫은 점포는 최대 90%까지 임대료를 제공했다. 방역에 있어서 후진국이라며 폄하했던 일본도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임대료를 선뜻 내놨다. 미국과 독일은 임대료를 연체해도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안정장치를 마련했다. 이들은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 서둘러 백신을 수입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방역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대한민국은 이제서야 자영업자를 위한 임대료 감면법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마저도 여야가 대치하며 접점을 찾이 못하는 상황이다. 경제도 방역도 모두 놓친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을 주저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선택은 어렵다. 그러나 방역을 놓친 후에야 경제 위기를 우려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화상으로 사망하지 않는다. 샌드위치패널과 같은 연소시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자재로 인한 질식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고 현장 역시 공사 당시 ‘안전’과 ‘단가’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려면 화재 현장이 시사하는 바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지금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단가보다 안전이 우선이듯 경제보다 방역에 방점을 맞추고 경제활동의 ‘멈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금은 ‘방역’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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