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크리스티나 엔지 IEEFA “한국전력, 세계 ESG 투자자 신뢰 얻지 못했다”

입력 2020-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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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너지경제ㆍ재무분석연구소
"투자자 신뢰 못 얻었다" 보고서
ESG투자자 "일관성 없는 투자ㆍ정책에 불만"
수익금 사용ㆍ관리ㆍ검증 단계 구체화해야
시장 이해관계자와 소통 넓혀야

▲크리스티나 엔지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팀장은 이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ESG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다소 수익률이 낮더라도 그린워싱 우려 없이 신뢰할 만한 기업의 채권이라면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크리스티나 엔지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팀장은 이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ESG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다소 수익률이 낮더라도 그린워싱 우려 없이 신뢰할 만한 기업의 채권이라면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그들이 파헤친 건 한국전력만이었을까, 어쩌면 한국 녹색채권의 현주소는 아니었을까. 5억 달러(약 55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한국전력의 ‘녹색채권(그린본드)’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해외보고서가 지난달 나왔다.

한전이 2년 연속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신규 석탄산업에 나서는 모순적 행보를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불분명한 자금의 사용처나 독립적 사후 보고 시스템 등 투명성과 명확성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짚었다.

‘2050 탄소 중립’에 힘입어 한국 자본시장에 녹색채권이 쏟아진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 비해 한국형 가이드라인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린워싱’ 우려가 한국전력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투데이는 기후미디어허브의 도움을 받아 화제의 보고서를 발간한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크리스티나 엔지 이해관계자 협력팀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전력 사례를 통해 한국 석탄산업과 녹색채권이 풀어가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탄소 중립과 친환경 사이 ‘애매한 줄타기’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6월 한전은 5억 달러(5500억 원) 규모 ‘글로벌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글로벌 녹색채권은 세계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발행되며 조달한 자금을 국내외 재생사업, 신재생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채권이다.

모집액 10배가 넘는 돈이 몰리자 ‘흥행 성공’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IEEFA의 분석은 달랐다. ESG 투자를 이끄는 주요 기관들의 참여가 미미했다는 것. 핵심은 그린워싱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는 데 있었다. ‘녹색 프로젝트’와 모순된 행보에 시장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올 6월, 한전이 발행한 녹색채권에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한전의 녹색채권 발행은 긍정적인 행보처럼 보인다. 실제 채권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도 매우 많았다. 하지만 이는 ESG 투자가 급성장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 뿐 주요 ESG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 ESG 채권 투자자들은 한전의 일관성 없는 투자와 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탄소 배출량 감축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탄소 집약적인 새로운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한다는 건 사실 모순된 거다. ESG 채권 투자자들의 우려와 반발 속에도 녹색채권 발행 이후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단행했다.”

- 실제로 이번 신규 투자에 국내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가

“10월 한전은 더 이상의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 참여는 없다고 발표했고, 2050년까지 모든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뒤늦게 대응했다. 환영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우선, 믿을 수 있는 탄소 배출량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자회사인 젠코(한국수력원자력)와 IPP(석탄해외민간발전사업) 이밖에 국제 투자 포트폴리오 등 세계 곳곳 한전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한전의 투자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투자 및 운영방향 등을 결정해야 한다.”

명확한 운용기준ㆍ검증 체계 갖춰야

▲베트남의 한 마을 뒤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처=LA타임스)
▲베트남의 한 마을 뒤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처=LA타임스)

쏟아지는 녹색채권에 그린워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녹색채권은 수익금 사용, 프로젝트 선정 과정, 수익금 관리, 사후 보고에 대한 계획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국내 녹색채권 시장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하면 제도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린워싱’ 우려가 한전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이에 대해 크리스티나 엔지 팀장은 독일 최대 에너지업체인 에온(EON), 싱가포르의 뷔나에너지(Vena energy) 등 글로벌 에너지업체와 비교하면서 한전의 취약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프레임워크)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 ESG채권 시장에는 친환경 목적에 맞는 수익금 사용과 투명성 확보로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 한전 녹색채권이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비교하면 미흡한 점은 무엇인가

“한전은 두 기관과 달리 △지속가능 또는 그린 프로젝트와 관련한 적격 기준이 무엇인지 △프로젝트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수익금이 ‘재무 포트폴리오’에 예치된 후, 해당 수익금은 어떻게 추적하는지 △회사의 다른 자금과 어떻게 분리해 운용하는지 등에 관한 설명이 없다. 또 수익금의 배분 ㆍ 관리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보고서를 제공한다는 언급도 없다.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ESG 투자자가 한전의 ‘그린 프로젝트’에 의문 여지가 많은 배경이다.”

재생에너지 전략 투자자 설득 못 시켜
- 수익금 운영 방식이 주로 어떻게 달랐는가

“친환경 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사용하겠다는 건 세 기관 모두 같다. 하지만 한전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심사할 것인가’에 대한 수익금 사용 프로젝트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반면, 뷔나에너지는 ‘국제기후채권기구(CBI)’ 기준을, 에온은 유럽 및 국제적 환경 사회표준에 따라 정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기준을 제시했다.

수익금 관리도 마찬가지다. 뷔나에너지같은 경우, 지속가능성 위원회가 관리·감독하고, 수익금이 전액 배분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추적되는 전용 그린 금융계정에 예치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에온은 배분 결정에 따른 리스크 관리 조치가 전사적인 기획 통제시스템에 따라 운영된다. 반면, 한전은 재무부서 포트폴리오 안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녹색채권 자금이 일반 재무부서 포트폴리오에 같이 섞여 관리되면 친환경 프로젝트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ESG 투자자, 수익률 낮아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녹색채권 자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등 검증 절차도 중요한 것 같다

“제3자 인증을 거쳐 내역도 함께 공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세 기관 모두 수익금이 전액 배분될 때까지 매년 수익 배분 및 임팩트 보고서를 제공한다는 점은 같다. 다만, 한전은 제3자 감사를 따로 두지 않았다. 뷔나에너지의 경우, 독립적인 제3자로부터 매년 감사를 받고, 연간 ‘사후 보고서’도 발행한다.

ESG 투자자인 경우, 친환경 프로젝트의 임팩트와 수익 배분에 대해 매년 독립적인 감사 및 검증 절차를 담은 연간 보고를 원한다. 그러나 한전 프레임워크는 사후 보고서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전은 녹색채권 프레임 워크가 구체적이지 못할뿐더러 연간 사후 보고서 제공 의지도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재생에너지로 나아가겠다는 한전의 새로운 전략에도 ESG 투자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이유로 작용했다.”

- 한국에선 녹색채권이 열풍이다. 투자자와 기업을 위한 제언을 바란다

“글로벌 주요 ESG 투자자들은 채권 발행사의 ESG 정책을 자세히 조사하는 데 굉장히 노련하다. ESG를 고려하는 주요 투자자인 경우, 채권 실사 과정이 매우 엄격하다. 환경에 유해한 요소를 지닌 기업인 경우 투자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ESG 기준을 고려하는 투자자는 기존 채권에 비해 다소 위험이 크거나 수익률이 낮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ESG 채권 발행 기업이라면 투자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채권 발행 회사는 시장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재설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발행사는 시장 이해관계자 권고에 응답하는지 △정책에 투명성을 갖췄는지 △시장 전략에 따라 행동하는지 등이다. 한전을 비롯해 보다 친환경적인 사업 모델을 추구하기로 한 기업이라면, ESG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기관 소개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IEEFA)는 에너지, 환경과 관련된 재정 및 경제 이슈를 연구 분석하는 전문 연구기관이다. 다양하고 지속가능하며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에서 에너지와 환경에 관련된 금융 및 경제 현안에 대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기후미디어허브는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이다. 기후미디어허브는 필요한 기후대응 정책 마련과 신속한 이행을 목표로, 기후대응에 필요한 정보와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언론, 연구기관, 정부 기관, 시민사회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필요한 논의를 촉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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