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러시아의 도핑 샘플 조작 혐의를 인정해 2년간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징계를 확정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2022년 12월 16일까지 자국 이름과 국기를 달고 국제 스포츠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다만 도핑과 무관한 것이 입증된 선수들은 ‘중립국 선수’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여름 개최 예정인 도쿄하계올림픽과 2022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러시아 국기와 명칭, 국가를 볼 수 없다. 또 징계 기간 러시아는 주요 국제 대회를 유치 또는 개최할 수 없다. 올림픽과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대표가 참가할 수도 없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해 1월 러시아가 모스크바 연구소에서 도핑 테스트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가 양성 반응이 나온 도핑 테스트 결과를 숨기고 샘플을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려 4년 간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 금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러시아 반도핑기구(RUSDA)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을 뿐 의도적인 샘플 조작은 없었다며 CAS에 이의를 신청했다. CAS는 4일간의 중재 심리 끝에 WADA의 조사대로 러시아의 도핑 조작은 인정하지만, 징계 기간은 절반으로 줄였다.
WADA는 도핑 규정 위반에 제재를 내린 CAS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징계 수위가 절반으로 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비톨트 반카 WADA 회장은 “우리가 이 사건에서 승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CAS는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도핑 계획을 은폐하기 위해 샘플을 뻔뻔스럽고 불법적으로 조작했다는 우리의 조사 결과를 분명히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우리는 CAS가 우리가 요청한 4년간의 징계 기간을 지지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판단이) 균형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궁극적으로 WADA는 판사가 아니라 검사이며 우리는 CAS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징계 기간이 줄어든 것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올렉 마티친 러시아 스포츠부 장관은 “CAS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관중들은 경기장 안에 러시아 국기를 들고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징계 기간이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러시아가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도핑 테스트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회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