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특례상장’의 門](하)-①적자기업도 시총 높으면 상장…‘한국판 테슬라’ 키운다

입력 2020-12-20 15:50 수정 2020-12-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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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아닌 ‘특혜’ 변질 우려…금융위 시종 단일 상장 요건 추진

‘테슬라, 니콜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 두 이름은, 이젠 국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올해 초부터 ‘서학(西學)개미 운동’ 바람을 타고 온 두 회사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라는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와 니콜라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돼 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국내 증권시장에서 관련 주가가 널을 뛰었고, 테슬라와 니콜라 경영진의 말 한마디에 투자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두 회사는 미래를 열었다는 공통점과 동시에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수소업계의 대표처럼 일컬어졌던 니콜라는 사기 논란으로 ‘모래 위의 성’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기술기업을 두고 ‘제2의 닷컴버블’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한국판 테슬라’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가총액(총 발행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금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꿈을 파는 기업’의 미래는 지속할 수 있을까. 논란 속에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적자기업도 체급 키우면 상장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 코스닥에 도입을 검토한 시장 평가 중심의 상장 요건을 코스피에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초 공개된 사안으로 규정 개정이 수반돼야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시장 안정 차원에서 다소 늦어진 면이 있다”며 “상장 제도를 단순화하는 것 계속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올해 2월 ‘코스닥시장본부 2020년 주요 추진사업’을 공개하며 혁신성장 지원 및 코스닥 활력 제고를 위해 상장요건을 시가총액 등 시장 평가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선 시총 외에도 다른 경영성과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기준시가총액(공모가격x상장 예정 주식수)이 2000억 원 이상인 경우는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 또는 당기순이익이 50억 원 이상이면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다. 기준시총이 6000억 원 이상이면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이 기준치에 미달해도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이면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미 코스닥엔 ‘테슬라 상장’이라 불리는 기준이 있다.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 기업 중 ‘직전 연도 매출 30억 원 이상에 최근 2년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또는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200% 이상’ 조건을 충족하는 적자기업이 대상이다.

한국거래소가 검토 중인 시가총액 단일 상장 요건은 상장 여부를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게 골자다. 앞으로 시총 중심으로 개편되면 매출액, 당기순이익, 자기자본 등 지표와 무관하게 코스피 상장의 길이 열린다.

미국 나스닥(NASDAQ)시장, 일본 자스닥(JASDAQ), 영국 대체투자시장(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 등 글로벌 상장시장들은 성장성이 높은 기술기업이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장외시장에서 평가받은 시총만을 보고 상장을 허용해주고 있다. 실제 2003년 설립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창업 후 지난해까지 이익이 나지 않음에도 이런 규정을 이용해 2010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전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상장 기업 다른 나라에 뺏길라 ‘노심초사’ = 한국거래소의 속내는 따로 있다. 기술 특례가 특혜로 변질했다는 논란을 피하고, 될성싶은 기업을 떡잎부터 키워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례상장의 90%가 넘는 기술특례는 평가의 한계를 안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브릿지바이오는 신약 후보 물질을 사들여 임상시험 후 다시 되파는 사업 모델이 주력이다. 상장을 위해 복수의 평가기관 기술 사업성 평가 중 한 곳에서는 A등급을 받았지만 다른 기관에서 BBB 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며 상장이 좌초됐다가 재도전에 성공한 사례다.

코스닥이 ‘암흑기’에 있는 스타트업의 돈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던 티몬은 매각설이 돌았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매각이 불발되자 차선책으로 상장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가총액 단일 상장요건이 도입되면 또 한 번 특례와 특혜 사이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당시 좋은 기업을 해외로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은 특혜 시비를 무너트리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해외 상장 사례와 국내 시장의 단순 비교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 시장의 요건이 인정됐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영국이나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개인들이 활발하게 직접 투자하는 시장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간접투자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살펴야 할 점은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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