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

입력 2020-12-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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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낼 유일한 희망인 백신이 나왔음에도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 중국, 러시아산 백신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각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2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5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2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5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중국산 백신

우선 중국산 백신에 대해선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접종의 최대 걸림돌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 6월 국유 백신업체 시노백과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외교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등 여러 개발도상국과 백신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자국산 백신 보급에 팔을 걷었다.

그러나 주목할 건 가장 먼저 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시노팜 백신의 코로나19 예방효과가 86%에 이른다고만 발표하고 시험 접종자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여부 등 기본 데이터와 세부 분석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보건당국이 임상시험을 완전히 끝마치기도 전에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만큼 절차의 불투명성이 세계적인 백신 접종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개발연구소 글로벌보건센터 수에리 문 공동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는 실수이며, 역효과를 내기 쉽다”며 “어느 백신이든 안전 문제가 있거나 예상한 것만큼의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면 대중의 백신 접종 의지와 전염병 통제 노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대조적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모더나 등 서방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의 최종 단계인 3상 시험까지 완료했으며, 유럽, 영국, 미국 규제 당국이 검토한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육군사관학교 미치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21회 육군-해군 축구경기를 뉴욕 웨스트포인트에서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육군사관학교 미치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21회 육군-해군 축구경기를 뉴욕 웨스트포인트에서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미국산 백신

샌드라 린제이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간호사가 14일 미국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자 미국 흑인 사회에서는 동요가 일었다. 당국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 중 한 명을 선택한 것이지만, 흑인 사회에서는 ‘왜 1번 타자가 흑인일까.’라는 의문이 커진 것이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흑백 인종 갈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1932년 미국 보건당국이 매독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이른바 ‘터스키기 연구(Tuskegee Study)’를 하면서 앨라배마주 시골의 흑인 남성들을 속여 실험 대상으로 이용했다. 실험은 1972년 내부 고발로 세상에 드러나 강제로 중단되기까지 40년간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매독균으로 숨진 사람은 28명,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에 달했고, 40명의 여성이 감염돼 이들이 출산한 아기까지 매독에 걸렸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 흑인 사이에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나타났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의학 인류학자인 모니카 쇼크-스파나 박사는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 원주민 미국인이 백인 미국인보다 사망률이 높다”며 “이 사실은 당국이 그들을 소모품으로 간주한다는 믿음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중 일부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기반하며, 일부는 보건 시스템과 사회적 편견에, 일부는 전염병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브리태니 제임스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 대해 “정부가 나를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의료기관이 나를 해치는 건 아닐까 여긴다”며 “그들은 인종 차별로 인해 표적이 되는 걸 진정으로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1호 접종자인 린제이도 14일 백신을 맞고 나서 “불행히도 역사상 내가 속한 집단(소수자, 나와 닮은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달 초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42%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백인 미국인이 61%에 이르는 것과 대조된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유행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정계 주요 인사들이 공개 백신 접종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접종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접종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 EPA연합뉴스)
◇러시아산 백신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는 세계 최초로 공식 사용 승인된 백신이다. 그러나 이 ‘스푸트니크V’ 역시 미완의 단계에서 사용이 승인된 사례다. 러시아 가말레야센터가 개발해 러시아 정부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했지만, 이 백신은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기도 전에 공식 승인을 받으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개발자 측은 ‘스푸트니크V’의 면역 효과는 91.4%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직 맞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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