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밸류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꼽을 수 있는데 정보기술(IT) 기업의 PER은 60배를 넘어서기도 한다. PER이 60배라는 것은 향후 60년간 벌 이익이 현재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증권업계는 PER이 60배가 넘어도 ‘매수’ 타이밍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현재 기업의 가치는 PER로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코스피 예상 지수를 3000포인트 이상으로 높여 잡고 있다. 올해만 코스피지수가 28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는 PER을 역사적 고점인 13배로 가정했을 때다. 내년 코스피 지수는 역사적 고점보다 높은 가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는 기업의 PER을 과거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시장을 주도하는 IT업종의 기술력은 구조적 성장에 가까운 혁신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기술은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확산될 수록 생산성 개선 등 경제적 효과는 급격히 커진다. 회계상 숫자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어 이 센터장은 “부외 무형자산, 무형자산 비용처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ER의 분모인 순이익에는 실제 실적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회계업계에서는 기업의 장부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최고 IT 기업들의 장부가치는 100조 원 안팎인 반면 시가총액 기준 기업가치는 1000조 원을 상회하는 것은 기업이 ‘고평가’된 것이 아니라 수익창출에 기여하는 무형의 가치가 회계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M&A(인수합병) 과정에서 기업의 무형자산을 평가한 결과 평균적으로 총자산의 30%가 무형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런데도 장부상 무형자산 비중은 4% 수준이란 것은 회계가 무형자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상위 기업의 업종이 과거와 달리 성장성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것도 과거의 PER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NAVER,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현대자동차 등 반도체, 제약·바이오, 인터넷, 전기차, 2차 전지 관련주가 대부분이다. 은행, 통신과 같은 내수업종과 조선, 자동차 등 경기민감업종으로 구성된 과거와는 다른 구조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소외되었던 코스피의 산업구조가 달라졌다”면서 “글로벌 증시를 선도하고 상대적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스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현재의 투자환경이 PER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경기회복, 유동성 확대, 역사적 최저금리가 조합을 이루고 있는 주식시장 호황기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글로벌 주요국들이 사상 최저금리에 도달했지만, 경기 정상화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를 고려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 추가 경기부양책이 대기하는 만큼 유동성 모멘텀이 쉽게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증시의 고평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할만한 펀더멘털 개선이 없을 경우다.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에는 GDP에 반영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상용화 기대, 미국 바이든 신정부에 대한 기대, 한국판 뉴딜 등 대규모 정책과 경기 회복 기대 등이 포함됐다”면서 “시장의 기대 요인들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주가지수 수준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