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컨트롤타워 부재] 지역 이사장 눈치 보는 중앙회…‘비위’ 견제 장치 실종

입력 2020-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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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 이사장 투표 통해 선출
개별 금고 관리·감독 사실상 외면
대구 지역 금고 살인사건 피해자
복직 후 택배업무 등 부당 대우
중앙회 “이사회 결정” 책임 회피

자산 200조원의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달 벌어진 대구 ㄱ새마을금고 살인사건과 관련해 ‘관리·감독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에 약 1300여 개의 지역금고가 운영되고 있지만 중앙회가 개별 금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임하고 있어 금고 내 이사장과 감사 등 임원들의 비위나 독재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지난달 발생한 대구 ㄱ새마을금고 살인사건 피해자들이 복직 소송에서 승소한 후에도 원직복직이 이뤄지지 않은 채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복직 후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거나, 책상 없이 하루 종일 서서 택배 분류 작업을 하는 등 해고 당시와 전혀 상반된 업무를 맡았다. 노동위원회법은 ‘원직복직의 이행을 해고 당시와 같은 종류의 직무를 부여했는지’의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의 원직복귀 후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면 ㄱ새마을금고가 노동위원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원직복직 판정서 뒤집혀, 한직 물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5월 피해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후 해당 새마을금고에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서를 보냈다. 앞서 이들은 2017년 4월, ㄱ새마을금고 징계위원회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고 해고됐다. A 씨와 B 씨가 감사 C 씨를 대상으로 성추행 사건을 조작해 사내 질서 문란 등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법부 판단으로 성추행 사건 조작 혐의를 벗었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복직이 결정됐다.

그런데 ㄱ새마을금고는 피해자들에게 복직 후 해고 당시와 전혀 다른 직무를 부여했다. 피해자 중 전무로 근무했던 A 씨는 해직 전 해당 새마을금고 본점에서 금고 전체 업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업무를 맡았다. 특히 본점 직제규정에 의하면 ㄱ새마을금고는 전무제금고로서 전무인 A 씨가 유일한 실무책임자였다. 하지만 복직 후에는 본점이 아닌 동서지점의 예·적금 창구 수신업무담당으로 발령이 내려졌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해직 전 과장으로 근무하며 여수신 업무 등 지점의 중요한 실무를 담당했다. 그럼에도 복직 소송 승소 후 지점으로 돌아왔을 때 택배 분류 작업을 맡았다. 또 ㄱ새마을금고는 B 씨에게 책상과 PC 등 업무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주로 금융기관 업무와 상관없는 잡다한 각종 보조 업무를 맡겼다. B 씨는 직원들이 접속해야 하는 사내 인트라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받지 못해 실질적인 업무에서 완전히 배재된 상태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전무로 일한 피해자에게 사측이 해고 이전처럼 실무자 책임을 주지 않은 것은 ㄱ새마을금고 이사회 의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신(新)규정으로 비위 감사 ‘특혜’ 의혹

ㄱ새마을금고의 K 이사장은 2016년 첫 이사장임기를 시작해 올해 재임에 성공했다. C 씨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감사로 재직하면서 K 이사장의 업무 전반을 포함 ㄱ새마을금고 본점 업무를 상세히 다뤄왔다. 이 과정에서 K 이사장과 C 씨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 이사장은 C 씨를 위해 여러 규정을 신설하는 등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K 이사장은 2019년 7월 C 씨를 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한다. 피해자 A 씨와 B 씨의 성희롱 조작 사건이 ‘사실과 다르다’라는 복직 소송 1심 판결 직후다. 특별보좌관은 원래 ㄱ새마을금고 직위 및 직무에 존재하지 않는 자리였다. K 이사장은 C 씨가 감사직에서 사임하자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C 씨를 다시 채용한 것이다.

또한 ㄱ새마을금고는 올해 2월 C 씨에게 ‘임직원법률구조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변호사 선임 비용 50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규정이다. 반면 A 씨와 B 씨 역시 임직원이지만 이 같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ㄱ새마을금고가 C 씨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한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희동 새마을금고 노조위원장은 “사실상 지역금고 이사장과 감사는 러닝메이트라고 보면 된다. 감사는 이사장의 모든 비리를 알고 있어 둘은 한 배를 탄 사이이기 때문에 이사장이 비위가 있는 감사라도 비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출직 ‘중앙회장’, 지역금고 이사장 독재 방치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역 금고 이사장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자리인 만큼 중앙회가 적극적으로 이사장을 관리·감독하거나 비리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장이 감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감사가 객관적으로 지역 금고를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경신 전국협동조합 노조위원장은 “중앙회장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이사장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사장들은 본인의 비리를 알고 있는 감사를 징계하거나 면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행안부의 검사 방식을 좀 더 구체화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건전성 등 수치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부분의 검사 외에 감사의 전문성과 업무 성과도 평가하는 검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행안부는 2년에 1300개 지역 금고를 전수조사하는 상황이라 검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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