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의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총 고용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을 향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쌍용차 노조는 23일 입장 자료를 통해 "2009년에 이어 11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회사가)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회생개시 보류신청(ARS)을 같이 제출한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ARS 신청에 대해 "매각이 가시화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선택"이라 평가하면서도 "노사 상생의 가치를 왜곡하는 정리해고가 노동자에게 감행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사회적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11년 연속 쟁의를 하지 않았고, 5월 4일 해고자 전원을 현장에 복귀시켰다"라며 "이는 산별노조 탈퇴 이후 기업노조로 전환해 상생적 노사문화를 유지하며 쌍용차만의 노사관계를 발전시킨 결과물"이라 평가했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임금삭감과 복지중단 등 1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다"라며 "쌍용차 전체 노동자의 의지와 희생정신을 훼손한 마힌드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대주주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각을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다는 건 마힌드라가 2300억 원의 직접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제시된 방안이다. 이번 회생절차 역시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투자처와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마힌드라가 약속한 쌍용차 정상화의 과정인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결자해지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조합원의 목소리에 따라 총 고용이 확보되는 정책을 준비할 것이라며 2 노조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뜻이 우선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2009년 이후 한국적 노사관계를 탈피하고자 총회를 거쳐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조합원들도 자구안에 95% 이상 참여했다"라며 "현실을 외면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현재의 쌍용차 상황을 대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17명 소수 조합원이 포함된 금속노조 의견이 다수의 기업노조 의지보다 우선되면 총 고용정책의 방향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발생하는 쌍용차와 관련한 사항은 노동조합이 직접 밝혀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정부와 채권단을 향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노조는 "매각을 통해 마힌드라의 책임이 강제된다면 정부와 채권단도 쌍용차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한다"라며 "ARS 기간 정부와 채권단이 적극 참여해 이른 시간 안에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가 도출돼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사는 2009년의 아픔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쌍용차와 관련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가족들은 60만 명 이상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면 고용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책을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노조는 국민을 향해서도 머리를 숙이며 의지를 강조했다. 쌍용차 노조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2020년에 또다시 회생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한다"라며 "쌍용차 전체 노동자와 협력사 노동자들의 고용이 확보될 수 있는 매각을 매듭짓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