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진작에 별 도움 안된 전국민 재난지원금

입력 2020-12-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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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월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증대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원된 돈이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면서비스 업종이나 음식점 등으로는 별로 흘러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내놓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은 14조2000억 원으로 모든 가구에 최대 100만 원(4인 가구)씩 뿌려졌고,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추가 지원금을 합치면 모두 19조9000억 원이었다. 이 중 신용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금이 11조1000억~15조3000억 원이었는데, 지급 이후 늘어난 카드 매출액은 약 4조 원으로 분석됐다. 투입된 예산의 26.2~36.1%만 새로운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나머지 70% 정도는 재난지원금으로 필요한 소비를 하고, 원래 소득에서 지출하려던 돈이 가계채무 상환이나 저축에 사용됐다고 KDI는 추정했다.

재난지원금이 많이 쓰인 곳은 준내구재와 필수재 분야였다. 지원금이 나간 5월초 이후 8월 둘째주까지 가구·문구·의류잡화 등 준내구재 소비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8%포인트(p), 식료품·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의 필수재 소비가 8.0%p 늘었다. 반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이미용·사우나·레저 등 대면서비스업은 3.6%p, 음식점은 3.0%p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이들 업종 소비를 계속 꺼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살포해 가구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소비진작에 한계가 있고, 피해가 집중된 여행이나 대면서비스 업종에 별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실증적 분석 결과다. 이에 따라 KDI는 피해 업종과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보전 등 맞춤형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9월에도 고용취약계층과 기초수급자,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7조800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과 함께 경제 피해가 계속 커지면서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다시 이들 계층에 대한 3차 재난지원금 집행을 논의 중이다. 지원 규모는 4조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나랏빚을 내야 하는 일이다. 경제주체별로 코로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등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충격이 큰 업종과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되, 이들을 제대로 구분해 허투루 새는 돈이 없게 하고 예산 투입의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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