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CEO 출신으로 공기업 사장에 취임한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 데다 LG전자 시절 '개혁 전도사'로 불리며 많은 혁신 성과를 만들어낸 김 사장이 공기업 사장으로 처음 시도하는 개혁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한전 등에 따르면 김쌍수 사장은 취임 직후 현재 9사업본부, 7지사, 11개 전력관리처를 통합하는 '대통합 독립사업부제'를 염두에 두고 외부용역을 지시했고 현재 이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한전 경영선진화추진실과 경영컨설팅사인 엑센츄어가 마련한 것으로 배전과 송전 등 전 분야에 사내 회사 형태의 독립사업부제를 신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유사 중복 업무를 한 부서로 통합, 비용 낭비를 줄이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대통합독립사업부제는 과거 LG전자 창원공장 근무시절 김 사장이 도입했던 품질관리 혁신책과도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에 따르면 한전은 독립사업부별로 재무제표 산출, 예산편성, 경영 및 인사재량권을 부여하는 '이익중심점'(Profit Center)을 도입, 사업부별 경쟁을 통해 인센티브 등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전력의 소매 부문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는 마케팅본부의 '9사업본부 7지사' 체제를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도매 부문인 송변전본부의 전력관리처와 합쳐 10~14개 독립사업부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의 이번 조직개편은 유사 혹은 중복되는 업무를 한 부서로 통합해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비용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며 "김쌍수 사장이 LG전자 창원공장에서 근무 당시 품질관리로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대를 강조한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엑센츄어 안대로 될 경우 한전 내 직군은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경우 입사 당시부터 송전, 배전 등 기술 직군이 나뉘어 운영됐는데 독립사업부제로 조직이 통합되면 송변전본부와 배전계획처, 배전운영처 등의 직군 통합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 개편으로 마케팅본부장과 송변전본부장 등의 기능이 조정되면 자연스럽게 임원도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건설분야를 분리하고 송전·배전·판매를 통합하는 안과 건설을 포함한 송전·배전·판매를 통합하는 대신 건설업무의 경우 현재와 같이 2차 사업소에 유지하는 안 등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김쌍수 사장의 개혁 방안에 대해 한전 내부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혁에 따른 진통도 예상된다.
실제로 한전은 당초에는 지난 달 말까지 조직개편안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내부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이 달 중순께 확정 시기를 미뤘다. 직군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임원 등 개혁 반대세력과의 내부 싸움과 한전 및 전력노조 등과의 협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전체적인 방향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는 주강수 사장 취임 후 시작된 조직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지난달 27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조직 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의견을 수렴해 이달 1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키로 했다.
현재까지 검토된 방안 중 현행 6본부 6실(원)체계를 4본부 15~16처(실)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즉 현행 지원본부, 기획본부, 마케팅본부, 사업개발본부, 시설운영본부, 건설본부 등 6본부를 지원본부, 자원사업본부, 생산본부, 공급본부 등 4본부로 개편할 방침이다.
이는 기획본부를 폐지하고 마케팅본부와 사업개발본부를 자원사업본부로 통합하는 것. 또 건설본부와 시설운영본부를 해체해 사업특성을 고려해 생산본부와 공급본부에 나눠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50여명 가량이 전환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주강수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설운영본부를 도시가스 생산과 공급 부문으로 나누고 저장시설과 배관공사를 담당하는 건설본부를 해체해 각각 생산본부와 공급본부에 흡수시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원은 실 단위의 조직인 연구개발실로 축소하고 보좌역 제도가 폐지돼 기존 6실(원)조직은 16처(실)로 조정, 기존 처 및 실장 제도가 부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보팀과 비서팀은 사장 직속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이며 팀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노동조합은 본부체제의 개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인 팀별 설계나 정원 배정 등 인력운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노사협의를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도 조직개편을 계기로 임원들에 대한 재신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최근 태스크포스(TF)팀에서 조직개편안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기업들의 조직 개편 움직임에 대해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면서 공기업들이 인력감축, 조직축소와 함께 기능 위주로 조직을 재편하려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